역대 최대 피해 AI, 제주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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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노출됐다. 'AI 청정지역'으로 불리던 영남권에서 AI 의심 사례 신고가 잇따르고, 전북과 전남에서는 농장끼리 ‘수평감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정부도 AI 경보를 ‘심각’단계로 상향해 방역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16일 경북도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 남하리 금호강 잠수교 인근에서 AI 예찰 중 큰고니 폐사체 1마리를 발견했다. 검사 결과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고병원성 여부는 17~19일 나올 전망이다. 경북도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H5N6 바이러스의 경우 대부분 고병원성으로 확진된다”고 말했다.

앞서 15일에는 부산시 기장군 일광면 전모(65)씨 조경농가에서 키우던 토종닭 28마리 중 9마리가 폐사했다. 간이검사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왔다. 영남권 사육농장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정부가 AI의 영남권 확산을 막기 위해 만든 ‘낙동강 방어선’이 결국 무너진 셈이다. 부산 기장군은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가 주변 3㎞의 농가 가금류 8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전남도와 전북도는 1㎞ 남짓 떨어진 농장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하면서 농장끼리 '수평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의 육용오리 농장에서는 H5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 10일 H5N6형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은 나주시 남평읍 농장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이다.

같은날 H5 항원이 검출된 전북 정읍시 고부면의 토종닭 농가는 지난 12일 AI가 발생한 소성면 육용오리 농가에서 1.3㎞ 떨어진 위치다. 전북도 축산과 관계자는 "현재 역학 조사 중이어서 수평감염에 의해 AI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오리 151만 마리를 키우는 국내 최대 오리 산지다.

정부는 이날 AI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으로 상향조정했다. AI 위기 경보 '심각' 단계는 지난 2010년 12월 이후 6년 만이다.위기경보 상향에 맞춰 AI 방역 강도가 높아진다. 모든 시ㆍ군에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다. 발생 지역과 인접한 도로에만 있었던 AI 통제초소가 전국 주요 도로로 확대된다. 지역 거점별로 축산 차량 전담 소독장소도 마련된다. 축산농가가 모이는 행사는 전면 금지된다. 축산 관련 단체장 선거도 연기된다. 방역 과정에서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도축장과 사료 공장 같은 축산 시설도 잠정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현장의 방역조치가 규정에 맞게 이행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으로 현장 점검과 지도를 강화하고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15일까지 살처분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58만4000마리다.

정읍·부산·경산·세종=김준희·이은지·최우석·조현숙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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