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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속의 경찰상 거의가 부정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1월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뒤이어 밝혀진 경찰의 사건축소조작사건은 그렇지않아도 일그러져 있는 경찰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운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를 표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일제경찰의 잔혹성의 연상작용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 사실. 따라서 이른바 「사회의 거물」로 일컬어지는 문학작품 속에서의 경찰상도 긍정적인 면모를 찾아 보기는 어렵다. 문학작품속에서 경찰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일제치하가 무대로 되어있는 작품들은 대체로 그네들의 하수인이 되어 동족을 괴롭히는 조선인경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선우휘의 『불꽃』『노다지』등 여러소설에서 등장하는 조선인경찰은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을 고문·탄압하며 3·1운동당시 지서 담너머로 장총을 꺼내놓고 동족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당연히 단죄되어야할 해방이후에도 카멜레온처럼 변신, 막 출범하는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 자리굳힘하는 것이 그 다음단계. 윤정규씨의 『신양반전』, 문순태씨의 『살아있는 소문』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양반전』은 일경의 주구로 내선일체의 합법성을 강조하며 민족지사들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렀던 자가 해방이후에는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지사들을 빨갱이와 내통한 자로 몰아 처참하게 짓밟는다.
『살아있는 소문』은 일제에 이어 4·19때 태극기를든 애국청년들에게 총질을 했던 경찰이 제복을 벗고 재빨리 사업가로 변신, 땅투기등으로 재벌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최인훈씨의 『광장』과 이문열씨의 『영웅시대』에서는 일제때 특고형사로 악명을 드높였던 경찰들이 해방이후에도 역시 같은 업무를 담당하며 좋았던 과거(?)를 부끄럼없이 후배들에게 떠벌리는 장면이 그러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박종철군 경우처럼 경찰에 의해 사건이 조작되는 예는 조성기씨의 『가시둥지』와 김원일씨의 『압살』등에서 볼 수있다.
『가시둥지』에서는 순간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경찰의 고문에의해 계획적 살인자로 조작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게 되고, 『압살』에서는 무고한 주인공을 암살범으로 몰아 끝내 고문실에서 살해하는 끔찍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80년대이후 작품에는 경찰뿐아니라 전경및 가짜 전경까지 나서 유치장속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범죄를 자행한다.
윤정모씨의 『신발』은 현시국을 비판한 한 주부가 유언비어 유포죄에 걸러 10일간 구류를 살면서 조카뻘인 전경들에게 갖은 수모와 학대를 당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으며 유정룡씨의 『그때 그 사내』는 전경으로 향유했던 골목감독자의 지위를 되찾기위해 가짜 전경으로 변신해 시민들을 검문하는 것등이 기둥줄거리로 그려져 있다.
이와같이 우리소설들에 등장하는 경찰상이 대부분 권력에 밀착된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문학평론가 정현기씨는 『일제때의 고등계형사·밀정등으로 급조된 조선인경찰들이해방후 정권의 하수인및 정치해결사로 윤리관을 송두리째 상실한 경찰의 모습으로 변신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소설가 이문열씨는 『살인·강도·방화등 잡범들에 대해서는 법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않는 경찰이 이데올로기·체제문제에 있어서는 법을 초월하는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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