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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말의 성찬으로 "응어리"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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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월들어 잇따른 시외와 집회로 최루가스 자욱한 대학캠퍼스에 시국과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한 말의 성찬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 고대·연대·전남대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집회를 갖고 정치마당과 시국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돌멩이와 화염병 대신 해학과 가시돋친 조어로 승화(?)시키고 있다.
축제에서 쏟아진 말들을 통해 오늘을 사는 대학생들의 의식의 흐름을 살펴본다.
○…16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 3천여학생이 모인 가운데 「관악민국」대통령후보 유세가 벌어졌다. 대통령후보를 낸 3개정당의 당명은 매판독재(매판)당과 정권구걸당·반제반독(쌍반)당. 후보이름은 각각 「안개헌」「정권만」「타도해」씨.
결과는 「정권만」씨와 「타도해」씨가 구속되고 당선자는 관중들의 「추측」에 일임.
○…야당(구걸당)이나 운동권(쌍반당)후보에 못지않게 여당(매독당)후보도 유권자(학생)의 박수갈채를 받고 으쓱.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해 「안개헌」후보는 쌍반당논리를 차용, 「관악민국」을 총독식민지로, 총장은 「총독」이라고 지칭, 박수를 받았다.
○…3개정당의 선거구호도 다양. 여당인 매독당은 「88미화 망쳐놓는 도시빈민 혼내주자」, 야당인 구걸당은 「기만하여 동정받고 동정받아 한표라도」「민중열기 등에 업고 정권만 구걸하자」「각목부대 동원하는 매독당 타이르자」, 운동권인 쌍반당은 「AlDS로 매독지원하자」.
○…후보의 연설내용은 유권자를 완전히 사로잡아 폭소연발.
먼저 여당인 매독당후보 「안개헌」씨. 『평화적 정권교체가 아닌 인물교체를 위해 선거따위의 낭비는 맙시다』『우리는 ××만 사용하지 각목은 안씁니다』.
○…야당후보인 「정권만」씨.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봄은 오고, 봄이 오면 사꾸라는 피게 마련입니다』『우리당 강령에 통일우선원칙이 들어갔다고 난리지요. 하지만 그게 어디 제머리에서 나온겁니까.』
여기서 운동권 「쌍반당」후보 「타도해」씨는 과격일변도의 유세내용 때문에 박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선거막판에 교련복차림으로 장난감권총을 든 「남보」(람보)씨가 등장, 포고문을 낭독.
포고문은 시국성명발표교수는 교수형, 불법집회참여 성직자는 십자가형, 함부로 남의 이름을 들먹이면 단두형을 선언.
○…5월제 기간중 가장 인기있었던 곳은 구멍뚫린 베니어판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학생을 물을 가득넣은 풍선으로 던져 맞히기.
시국을 상징하는 그림속에 시간당 3백원을 받는 아르바이트학생이 얼굴을 내밀고 「개헌이 웬말이냐」는등의 구호들 외치면 1백원을 주고산 물풍선을 던져 물벼락을 맞게 하는 것으로 명중될 때마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학생들은 폭소.
○…연세대 개교1백2주년기념 「무악축제」의 첫날인 지난6일하오 연대 교정에는 옛포졸 복장을 한 2백여명의 학생들이 「해방포졸 발대식」을 가진뒤 교내 곳곳에서 각종 풍속사범을 단속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포도청이 내린 포고령을 보면 품위에 관한 죄에는 숲속에서의 남녀 불순행위·과다노출·노상방뇨가, 민주보안에 관한 죄에는 교내에서의 무전기소지자·호헌이나 외세를 공공연히 찬양하고 다니는 자, 4·13특별담화를 졸졸 외고 다니는 자등이 포함돼 있어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학생들은 포도청이 『포졸들은 직권으로 사전동의나 영장없이도 모든 범법자를 체포할수 있다』고 엄포를 놓자 『영장없는 불법연행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 『조선시대에 영장이 어디 있었느냐』며 너스레를 늘어놓기도.
○…지난2일 고대에서 열린 「석탑대동제」의 「개사곡경연대회」는 대중가요를 운동권노래로 바꿔 갈채를 받기도.
가수 장덕의 『님 떠난후』는 『호헌뒤에』로, 『토함산』은 『무등산』등으로 제목이 바뀌고, 노래가사도 『중대결단 어때요』『오월과 민주를 함께 얘기해요』등 방송국 인기코미디프로를 흉내.
○…또 3일 고대정경관에서 열린 「모의주주총회」는 H자동차를 모델로 했는데 최근의 「폭발증시」를 반영하듯 모의주주들은 앞으로의 수출전망, 자동차수출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
모의주주들은 회사경영층에 대해 『곧 외제승용차가 상륙하는데 이에대한 대책은 있는가』『혹시 덤핑수출로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것은 아니냐』는등 수출에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따지기도.
○…성대축제기간중 대운동장에는 단대별로 막걸리집이 차려졌는데 상호가 세대를 반영해 이채.
특색있는 상호들은 「해방구」「혼수상태」「포청」 .
이들 주점중 가장 손님을 많이 끈곳은 「해방구」여서 성대가 민민투의 본산임을 입증.
○…15일 문과대 앞에서는 전자오락실에서 임대한 「두더지놀이」가 등장해 인기.
땅굴을 뚫은 김일성얼굴로 시중에서 인기를 끌던 이 놀이에 학생들은 두더지 모습대신 재개발지역철거반원들의 모습을 그러넣은 상혼(?)이 적중한 것.
이 놀이의 수익금은 수감중인 학생들을 위해 쓰여진다는 주최측의 설명도 손님을 많이 끈 이유중의 하나.
○…지난 13∼15일 건국대 「장안벌 모의국회」는 의원·각료 작명이 눈길.
「모진민주당」에 이천년·정화조·유복한등이 등장하고, 반대당인 「낙원사회당」엔 박치기·김새오·심오한의원이 등장.
각료중에는 이중성(경제기획원), 전시용(재무), 황무지(농수산), 최고형(법무), 공부만(문교), 고문실(내무), 우민화(문공) 장관이 나오기도.
범양사건·교수시국선언 등을 놓고 본회의에서는 야당의원들의 정부각료 인책요구가 속출.
답변에 나선 공장관은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므로 그 주무장관인 나도 쉽게 바뀌어서는 안된다』고 일갈했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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