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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가창력 박효신이냐, 서릿발 카리스마 아이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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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순실 게이트는 공연 시장에 직격탄이었다. “‘8시 뉴스’가 ‘8시 막이 오르는 공연’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란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연말이라면 가족끼리, 직장 동료끼리 한번쯤 공연장을 찾곤 했던 최고 성수기 아니던가. 때마침 탄핵 가결안도 통과됐으니 일상의 문화로 시선을 돌려보는 건 어떨지. 정치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아온, 연말 뮤지컬 히트작 ‘빅4’를 꼽아봤다.

팬텀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말 뮤지컬 무대는 풍성하다. 박효신(오른쪽 가면 쓴 이)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팬텀’.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말 뮤지컬 무대는 풍성하다. 박효신(오른쪽 가면 쓴 이)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팬텀’.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은 같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다. 유령이 왜 저토록 흉측한 인물이 됐는가에 집중한다. 1991년 미국서 초연했을 때는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서 기적처럼 부활했다. 현재 뮤지컬 시장 부동의 흥행 1위다.

연말 눈길끄는 뮤지컬 빅4
사이다처럼 가슴 뻥 ‘몬테크리스토’
여주인공 절창 돋보이는 ‘보디가드’
정치 바람에도 꿋꿋하게 흥행가도

귀를 호강시키는 매혹적인 선율이 흥행의 첫 번째 이유인데, 효자는 단연 박효신이다. ‘엘리자벳’ ‘모차르트!’를 거치며 내공을 다져온 박효신은 ‘팬텀’을 통해 이제 명실상부 뮤지컬계 최고 흥행카드로 자리 잡았다. 특유의 고음과 호소력 짙은 음색은 물론, 내면 연기까지 탄탄히 소화해내 전회매진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주원·황혜민 등 최고 발레리나의 짧지만 강렬한 등장은 작품의 격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내년 2월2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약점: 느닷 없는 출생의 비밀,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네.

아이다

아이비(가운데)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다’. [사진 신시컴퍼니]

아이비(가운데)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다’. [사진 신시컴퍼니]

휘황찬란한 무대는 빈틈없이 돌아가고, 스토리엔 막힘이 없으며, 딱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노래가 나온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벌써 네 번째 공연이다. 무결점 디즈니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뮤지컬의 ABC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올 시즌 압권은 암네리스역의 아이비다. “아이다 보러 가서 아이비에 반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초반에 마냥 철부지스러웠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배신의 아픔과 그걸 견뎌내는 차가움으로 무대를 장악해간다. 뮤지컬 데뷔 6년 만에 최정상급 배우로 도약했다. 한편 800여 벌의 의상, 60여 개의 통가발, 900여 개의 고정 조명, 90대의 무빙 라이트 등 화려한 색채의 미학은 여전하다. 내년 3월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 약점: 풍성한 코스 요리에 2% 부족한 느낌. 엘튼 존(작곡) 노래는 아직도 입에 맴돌지 못한다.

몬테크리스토

화려한 군무와 통쾌한 스토리의 ‘몬테크리스토’.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화려한 군무와 통쾌한 스토리의 ‘몬테크리스토’.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통쾌하다. 모함에 몰려 감옥에 갇혀 지내야 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 악당을 처절하게 응징한다. 명쾌한 권선징악 스토리는 가슴을 뻥 뚫어주는 듯하다.

2010년 국내 소개됐다. 초연 때부터 몬테크리스토를 연기해 왔던 류정한은 이번에도 녹슬지 않은, 고급스런 음색을 과시한다. 새롭게 주인공으로 가세한 크로스오버 뮤지션 카이 역시 선전한다.

‘몬테크리스토’는 2009년 스위스에서 초연한 뮤지컬이다. 그걸 1년 만에 국내에 들여와 오리지널보다 더 매력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바다로 빠질 듯한 무대는 아찔하고, 짜릿한 선율은 가슴을 친다. 덕분에 이만큼 롱런하게 됐다. 원작을 능가하는 재해석력, 대중의 감각을 민첩하게 포착해내는 순발력 등 한국적 제작 스타일을 여실히 증명해 왔다는 분석이다. 내년 2월1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약점: 매번 엇비슷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뻔했다면, 이번에도 지겨울 듯.

보디가드

이종혁(왼쪽)과 정선아가 출연하는 ‘보디가드’. [사진 CJ E&M]

이종혁(왼쪽)과 정선아가 출연하는 ‘보디가드’. [사진 CJ E&M]

연말 대형 뮤지컬 중 유일한 신작이다. 1992년 작 영화 ‘보디가드’가 2012년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I will always love you’ ‘Greatest love of all’ 등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으로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여주인공의 가창력이 결정적이다. 런던 초연 당시 주연을 맡았던 헤더 헤들리는 ‘휴스턴의 생환’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국내 무대에선 3명이 도전장을 내민다. 정선아는 3 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을 자랑하는 뮤지컬 배우다. 이은진(양파)·손승연 역시 노래 솜씨라면 손에 꼽히는 가수다. 이들이 휘트니 휴스턴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듯싶다. 15일 개막해 내년 3월5일까지 LG아트센터.

- 약점: 노래 부르지 않는 남자 주인공이라니.

도움말=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정수연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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