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휠라, ‘타이틀’ 안고 글로벌 거인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윤윤수 회장

윤윤수 회장

한국에서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스포츠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휠라코리아가 13일 미국의 골프용품 업체 아쿠쉬네트 홀딩스를 자회사로 편입한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골프공 1위’ 자회사로 편입
공동 인수자 미래에셋 지분
5년 만에 사들여 지배주주로
매출 2조5000억대로 커져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도약”

휠라코리아는 2011년 미래에셋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2억25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들여 아쿠쉬네트를 공동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뉴욕증시에 아쿠쉬네트를 상장시키면서 추가 지분 인수에 나섰고 53.1% 지분으로 지배주주가 됐다. 이로써 휠라코리아는 매출 2조5000억원대로 몸집을 키우게 됐다. 지난해 기준 휠라코리아의 매출은 8000억원, 아쿠쉬네트는 두 배가 넘는 1조7000억원이다.

아쿠쉬네트는 단순히 덩치 큰 골프용품 회사가 아니다. 세계 골프시장의 중심인 미국을 상징하는 회사다. 골프채와 골프공을 주력으로 하는 타이틀리스트는 세계 골프공 시장에서 부동의 1위(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풋조이의 장갑(70%)과 골프화(51%)도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로리 매킬로이, 타이거 우즈 등 세계적인 골프스타들이 타이틀리스트 골프채를 휘둘렀으며 풋조이를 신고 필드를 누볐다.

아쿠쉬네트 인수전에는 아디다스·나이키·캘러웨이 등 글로벌 업체도 뛰어들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가장 미국적인 골프용품 회사의 새 주인이 한국 기업이 된다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인수 후 실적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우려를 불식시켰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상장-자회사 편입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쿠쉬네트는 인수 이듬해 1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는 15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PE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당초 7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배당과 상장 후 휠라에 지분 20% 매각(2억6000만 달러) 등을 통해 4억~5억 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PE 등은 현재 2억 달러에 달하는 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5년 동안 원금을 거의 배로 불린 것이다.

자료:휠라코리아·아쿠쉬네트 투자설명서

자료:휠라코리아·아쿠쉬네트 투자설명서

휠라코리아의 몸집 키우기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분기 휠라코리아의 매출액은 1755억원.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67.5%나 빠졌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이러다 보니 아쿠쉬네트 인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현진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본업인 국내 사업과 미국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아쿠쉬네트 인수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골프용품 사업도 아시아권은 골프 인구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쿠쉬네트의 미국 상장 당시 공모가가 예상(주당 21~24달러)보다 낮은 17달러로 정해진 것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휠라도 다양한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선 아쿠쉬네트 인수를 통해 단일 브랜드 운영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다각화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휠라는 1970~90년대의 감성을 갖춘 ‘헤리티지 라인’을 내년 하반기 출시하고 기존 B2C사업에서 타사 제품을 생산하는 B2B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쿠쉬네트는 데디케이티드 골퍼(열혈 골퍼)를 위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열혈 골퍼는 미국 골프 인구의 15%에 불과하지만 골프용품 소비의 70%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윤윤수 회장은 “5년 만에 아쿠쉬네트의 온전한 주인이 된 것에 감회가 남다르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며 “아쿠쉬네트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면서도 휠라를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각인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