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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수는 50대 후반, 가장 진보적 성향은 40대 중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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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때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3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에 다닌 세대).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로 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0년대 출생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한국 사회동향’ 보고서
외환위기·금융위기 겪은 70년대생
신자유주의·세계화 비판의식 강해
‘진보 아이콘’ 386세대는 보수화 뚜렷
“나는 보수” 2년새 26% → 43%로 늘어

통계청이 12일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0~64년생 중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2013년 기준 42.5%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2003년 40.8%에서 2011년 25.6%까지 줄었으나 이후 늘고 있다. 선거에서도 386세대의 보수화가 드러났다. 60~64년생의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보수정당 후보 지지율은 64.4%로 2002년 대선(37%)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 조사에 참여한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진보적으로 여겨진 386세대는 앞선 세대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이들도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70~74년생 중 보수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비중은 2013년 19.7%로 2003년(40.8%)보다 감소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보수 쪽으로 가장 덜 기울어진 연령층이었다. 75~79년생(26.6%)도 70년대 초반 출생자보다는 보수 성향이 강했지만 다른 세대보다는 약했다. 386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더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70년대생은 예외였다. 70년대생보다 나이가 어린 80년대생들이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80~84년생 중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26.6%로 나타났다. 85~89년생 중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30.4%였다.

70년대생이 진보로 기우는 이유는 뭘까.

김석호 교수는 “70년대 출생자들은 외환위기(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경험하며 급격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겪으면서 사회 변화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해진 세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80년대 출생자들은 보수화된 부모의 영향 및 사회 전반적인 탈정치화 여파로 예전 청년세대에 비해 보수화 경향이 짙게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다만 “70년대생들이 아직 50대가 되지 않은 만큼 진보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향후에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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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정치 성향 차이는 커지고 있다. “정치적 성향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많은 세대(55~59년생·46.3%)와 가장 적은 세대(70~74년생·19.7%) 간 차이는 2013년 26.6%포인트로 나타났다. 2003년(22.4%포인트)보다 4.2%포인트 늘었다. 이는 선거에도 반영됐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보수 성향 정당에 대한 세대 간 지지 격차는 43.8%포인트로 2002년 대선(32.3%포인트)보다 크게 벌어졌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2002년 대선 당시 35~39세의 투표율은 70.8%였는데 10년 뒤 이들이 40대 후반이 됐을 때 투표율은 76.3%로 높아졌다.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나이 들수록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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