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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필요 없는 전자기 엔진, 물리법칙 허물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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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 27면

물리법칙을 위반하는 전자기 추진 엔진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우주 엔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실험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밝혀져”(워싱턴포스트). “물리학을 무시하는 NASA의 전자기 엔진, 동료 심사를 통과”(포브스). “’불가능한’ 우주 엔진 작동한다…NASA 팀 주장”(내셔널지오그래픽). “새로운 항성 간 엔진 얘기는 너무 좋아서 의심스러운가?” (뉴사이언티스트)


지난달 NASA 소속의 한 연구실에서 발표한 논문이 해외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불가능한, 물리법칙에 위배되는 추진장치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첨단 추진 물리학 연구실험실(APPRL)’이 개발 중인 ‘전자기 구동장치 이엠드라이브(EmDrive)’ 얘기다. 구리로 만든 원뿔 모양의 밀폐된 공간 안에서 마이크로파가 이리 저리 반사되게 만든 장치다(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에서 음식물을 데울 때 사용되는 전자파다). 빛 알갱이 즉 광자가 내부에서 튕겨다니며 벽에 부딪치는 것이 전부인데 어떻게 해서인지는 몰라도 장치를 앞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1㎾의 전력을 투입하면 1.2밀리뉴턴의 추진력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질량 1㎏을 초속 1m로 매초 가속하는 힘이 1뉴턴이다).


오늘날 NASA의 일부 우주선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온 추진 방식보다 약한 힘이다. 하지만 후자는 많은 양의 불활성 가스를 우주선에 싣고 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와 달리 이번의 전자기 엔진은 연료가 필요 없다. 오랫동안 계속해서 속도를 점점 더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다. 전력은 우주선의 원자로나 태양광 패널로 생산하면 된다. 항행거리가 멀어질수록 속도가 빨라지므로 다른 별로의 여행에도 적합하다. 가까운 화성에는 70일 만에 우주선을 보낼 수 있다. 통상적인 추진방식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 걸린다.


게다가 이번 엔진의 추진력은 이미 검증된 기술인 햇빛 돛(light sail)의 수백 배에 이른다. 햇빛이나 레이저가 얇은 거울로 된 돛을 두들기는 힘으로 나아가는 이 장치의 추진력은 킬로와트 당 3.3~6.7마이크로뉴턴에 불과하다.

[작용·반작용 뉴턴의 제3운동 법칙을 무시]

3 허블망원경으로 촬영한 프록시마 센타우리 별. 지구크기의 암석형 행성을 거느리고 있다. [NASA]

연료를 태우지 않고 가스를 내뿜지 않는 추진력이란 것은 물리학의 기본 법칙에 위배된다. 모든 작용에는 그와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있다는 뉴턴의 제3 운동법칙이다. 스케이트로 얼음을 밀면 몸이 앞으로 나가는 원리이자 제트 엔진이 작동하는 원리다. 뜨거운 가스가 비행기 꽁무니에서 배출되면서 비행기를 밀어내는 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기 엔진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마치 구리로 된 공간의 벽에 광자(빛 알갱이)가 부딪치는 충격으로부터 추진력이 생기는 것 같이 보인다. 비유하자면 운전자가 자동차의 앞유리창을 계속 밀어서 차를 전진시킨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 장치의 아이디어는 10여년 전 영국의 엔지니어 로저 쇼이어가 처음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말로 반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동 속의 마이크로파가 복사의 불균형을 낳고 이것이 벽을 밀어 추진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치를 블랙박스로 본다면, 바깥으로 아무런 반작용도 일으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주장임에는 변함이 없다. 심지어 이 장치에 대한 질문을 받은 NASA는 지난해 스페이스 닷컴에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구체적인 결과를 전혀 내놓지 못한 작은 노력에 불과하다”. 이번 팀은 2014년에도 긍정적인 실험 결과를 너무 일찍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었다.


이번 논문의 의미는 ‘동료가 검토하는(peer review)’ 학술지에 실렸다는 데 있다. 이는 학자들이 방법론과 결과를 검토한 뒤 커다란 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실험에선 과거 가장 큰 공격을 받았던 문제를 해결했다. 엔진을 가동시키면 뜨거워지는데, 장치 속의 광자가 아니라 장치 주변의 뜨거운 공기가 추진력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진공 속에서 수행함으로써 이런 가능성을 아예 봉쇄했다.


문제는 실험이 보여주는 것이 진짜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동료 검토라는 것은 연구의 설계와 실행이 잘 됐으며 결론이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진실이라는 보증은 못 된다.


논문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실험에서 오류를 일으켰을지 모르는 요인 9가지를 목록을 제시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암흑물질인가, 파일럿 파동인가]

4 프록시마b 행성의 상상도. 지평선에 보이는 것이 프록시마 센타 우리 별. [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설사 이 장치가 연구팀이 주장하는 결과를 낸다고 해도 과학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포브스지가 첫 보도 이후 3건의 후속 기사를 실었던 이유도 여기 있다. “만일 전자기 엔진이 작동한다면 물리학은 어떻게 결딴나는가”(23일) ”NASA의 전자기 엔진과 양자의 파일럿파동 이론”(28일) “전자기 엔진은 암흑물질 덕분에 작동하는가?”(30일)


연구팀은 마이크로파의 광자가 양자 진공의 가상 플라스마를 밀어내서 추진력을 얻었다는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극미한 양자 세계에서 진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입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다와 같다. 하지만 가상 플라스마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끌어들이기 위해 정통 양자역학에서 벗어난 파일럿 파동 이론을 언급하고 있다. 양자실험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변수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주류인 양자역학 측으로부터 이론적 실험적으로 이미 반박을 당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초에 생각된 것만큼 강력한 반박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포브스는 보도했다. 작은 실리콘 기름방울이 파일럿 파동에 따른 행태를 보일 수 있음이 최근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공대의 물리학자 숀 캐럴에 따르면 양자진공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미는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플라스마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암흑물질이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빛을 스스로 발산하거나 반사하지 않으며 전기나 자기를 띠지도 않으며 통상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오로지 중력 효과로만 존재를 알 수 있을 뿐이다. 예컨대 은하나 은하단의 중력은 그 주변을 지나가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중력 렌즈 효과) 이를 통해 계산된 질량은 실제 관측된 질량을 크게 넘어선다.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의 질량은 원자나 입자로 구성된 일반 물질의 5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의 전자기 엔진의 작용에 암흑물질이 반작용을 했지만 우리가 탐지를 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혹은 물체가 어떤 조건에 맞게 가속할 때 모종의 에너지가 물체 자체에 쌓인다는 설명도 있다. 이 경우 관성질량이 일시적으로 요동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우드워드라는 물리학자가 1990년 제안한 ‘마하 효과’ 이론이다. 이를 이용하면 운동량 보존의 법칙을 유지하면서도 반동이 없는 추진이 가능하다고 한다.


천체물리학자 브라이언 코베를라인은 포브스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나는 회의론자이지만 이들의 작업이 타당한 연구라는 점을 인정한다. 과학을 제대로 하려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 실험을 하고 이를 동료에게 제출해서 검토받고 피드백을 얻어 재평가하는 것이다. 다음에는 우주에서 시행하는 실험을 나는 보고 싶다.”


조현욱 여시재 편집위원장poemloveyou@fcin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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