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운동맹 가입 좌초설 돌출…현대상선 주가 5.9%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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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영 정상화로 향하는 현대상선의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현대상선이 그간 추진해 온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을 위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동맹 2M 가입의 협상 파트너 중 한 곳인 세계 1위 해운사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연일 외신을 통해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유일하게 남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가 어려워지면 한국 해운·항만업은 더욱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WSJ “머스크, 다른 협력 가능성 모색”
현대측 “한국은 무시하기 어려운 곳
유리한 협상 고지 차지하려는 전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덴마크 머스크라인의 대변인 미카엘 스토르가르드가 “현대상선이 2M의 파트너로 합류하는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이제 다른 협력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2M 회원 회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가 지금은 컨테이너를 상대방의 선박에 싣거나 머스크가 현대상선의 용선 계약을 인수하는 등의 제한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지난 1일에도 해운동맹 2M이 화주들의 반발을 이유로 현대상선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한진해운이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본 화주들이 또 다른 한국 선사인 현대상선마저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보도였다.

현대상선은 현재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머스크라인·MSC와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외신을 통한 머스크라인 대변인의 발언은 최종 결론을 앞두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며 “현대상선의 네트워크와 한국의 해운 관련 시장은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으로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라인의 주장과 같은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 현대상선이 2M 가입에 실패하면 경영 정상화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M은 머스크와 MSC 등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해운동맹으로 전 세계 해상 화물의 36.6%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업계는 2M·오션·디얼라이언스 3개 해운동맹이 주도하고 있다. 해운동맹은 해운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카르텔로, 동맹사끼리 선박, 영업 네트워크, 내륙 수송 물류망, 기항 항만(항해 중에 잠시 들르는 곳) 등을 공유해 비용을 줄이고 영업 경쟁력을 높인다. 현대상선은 현재 해운동맹 G6에 가입돼 있었지만 G6는 내년 3월 말 해체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애초 또 다른 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려 했으나 이 또한 기존 회원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디얼라이언스에는 현재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이 들어가 있다.

현대상선은 9일 오전 입장자료를 내고 “2M 얼라이언스 관련 협상은 진행 중이며 최종 막바지 조율 단계에 있다”며 “타결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대상선 주가는 월스트리트 보도 파장에 전날보다 5.86% 내린 6910원에 장을 마쳤다.

◆해운동맹(Alliance)

글로벌 원양 해운사들이 항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선주 상호 간 협조 체제를 만들어 경쟁을 피하는 제도. 항로 운영에 다수의 선박이 필요한 해운업의 특성상 독립 해운사가 글로벌 항로에 필요한 선박을 모두 마련하기 어려워 체결된다. 현재 2M, CKYHE, O3, G6 등 4개의 글로벌 해운동맹 체제이며 2017년 4월 2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강 체제로 개편될 예정이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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