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심교 기자]
'피부 위 그림자', '미백의 적'…. 여성 피부를 괴롭히는 수식어로 설명되는 기미다. 기미(Melasma)는 검다는 뜻인 그리스어 '멜라스(melas)'에서 유래한 말이다. 자외선을 차단해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민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면서 기미가 생긴다.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데, 임신을 하거나 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에게 기미가 더 발생하는 것도 체내 호르몬 변화로 인한 에스트로겐 변화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도 기미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더드림클리닉 강남점 김유찬 원장은 "기미는 자외선, 피부 핸들링 습관, 여성호르몬, 기저질환 같은 유발인자를 피하기 위한 노력과 임상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여러 치료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50년 이상 기미 치료에 사용되며 '기미치료의 대명사'로 꼽히는 히드로퀴논(Hydroquinone)은 기미 치료 효과가 뛰어난 대표적 약 성분"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도움말로 히드로퀴논에 대해 알아본다.
히드로퀴논, 멜라닌 생성 막는 대표 성분
히드로퀴논은 피부과에서 기미치료를 위해 많이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이 성분은 멜라닌 생성을 촉진하는 효소인 타이로시나아제를 억제해 멜라닌이 과도하게 생산되는 것을 막는다. 또 멜라닌이 생성되는 멜라닌세포의 멜라닌소체 모양을 변화시켜 기미를 치료한다. 단, 히드로퀴논의 작용기전은 점진적으로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므로 즉각적인 미백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한 치료로 기미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히드로퀴논의 기미치료 효과는 전 세계 다양한 임상연구에서 입증됐다. 피부과치료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4% 히드로퀴논 제제를 12주 동안 사용한 기미 환자 그룹은 40%에서 기미가 완전히 사라진 반면 이 제제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플라시보 효과로 10%만 개선됐다.
발암물질? 히드로퀴논에 대한 오해
그런데 히드로퀴논의 발암성 논란으로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있다. 히드로퀴논은 한때 발암물질로 여겨져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금지된 적이 있다. 히드로퀴논의 안전성과 관련해 김유찬 원장은 "올바른 사용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미를 치료한다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히드로퀴논은 화장품에 쓰이지 못한다. 독성 때문이다. 이 제제를 장기간 남용하면 피부의 진피 결합조직에 아미노산 대사물 중 하나인 호모겐티스산을 침착시키는 조직 갈변증을 일으킬 수 있다. 호모겐티스산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의 중간 대사물로, 히드로퀴논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호모겐티스산을 대사해야 할 효소가 히드로퀴논과 결합해 정상적인 대사가 방해받게 된다.
김 원장은 "히드로퀴논의 발암성은 주로 과량을 남용하거나 연고 도포 후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그 위험성이 커진다고 보고되므로 용법·용량만 잘 준수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히드로퀴논뿐만 아니라 멜라닌을 억제하기 위한 레이저 시술 및 다른 미백 제품들, 자외선 노출이 잦은 생활습관 모두 원인인자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히드로퀴논만을 발암인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량 따라 의약품 분류…용법·용량 지켜야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히드로퀴논 성분은 일반 화장품에서는 배합할 수 없는 의약품 성분이다. 히드로퀴논이 4% 이하 등 단일제제는 일반의약품으로, 히드로퀴논을 4~5% 함유하면서 스테로이드, 레티노이드 같은 성분도 함께 든 복합제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현재 피부과에선 4% 또는 5% 히드로퀴논에 스테로이드와 레티노이드 성분을 함께 함유한 외용 복합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러한 복합제는 피부 염증 억제 및 색소가 침착된 각질의 조기 탈락 기전이 같이 있어 단일제제보다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히드로퀴논 성분의 일반의약품도 나와 있다. 4% 히드로퀴논 단일제제 '도미나크림'이 대표적이다.
태극제약의 '도미나크림'은 히드론퀴논이 약 100g중 40㎎ 들어 있다. 이 제품은 1985년 출시 이후 250만 개 이상 팔렸다. 1일 1회 취짐 전에 기미 부위에만 바르는 방식이다. 얼굴 전체에 바르지 말고 기미치료가 필요한 부위에만 사용해야 한다. 최소 8주 이상 꾸준히 사용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김 원장은 "기미에 레이저 시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레이저 단독 시술은 주로 색소 제거에 의미가 있으므로 히드로퀴논 성분의 의약품을 병행하면서 색소 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