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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친 일본 계주팀, 3명은 ‘방과후 동아리’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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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8월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육상 400m 계주. 야마가타 료타(24), 이즈카 쇼타(25), 기류 요시히데(21), 케임브리지 아스카(23)가 이어 달린 일본은 우사인 볼트(30)가 이끄는 자메이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계 무대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아시아 단거리 육상이 은메달을 따낸 건 손꼽히는 이변이었다. 외신들은 ‘4명의 사무라이가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리우 올림픽 은메달 이끈 이즈카
“주 2회 수업 후 육상클럽서 꿈 키워”
종합스포츠클럽 전국에 4000개
고교생 절반 120만명 선수로 등록

일본의 쾌거는 전술의 승리였다. 일본의 네 선수는 모두 100m를 9초 대에 뛰지 못한다. 대신 언더핸드 배턴 터치를 집중적으로 훈련해 미국과 캐나다 등 육상 강국들을 물리쳤다. 일본은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해서 그들만의 승리공식을 만든 것이다.

일본 육상의 진짜 힘은 지역과 학교를 기반으로 한 생활체육 시스템에 있다. 아버지가 자메이카 출신인 케임브리지를 제외한 3명의 선수는 부카츠(部活)라고 불리는 클럽활동을 통해 육상을 시작한 경우다. 대표팀 맏형 이즈카는 “처음에는 축구를 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 지역 육상 대회에서 입상하자 육상 클럽 감독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클럽 활동은 수업이 끝난 뒤 학교시설을 이용하거나 지역 체육시설에서 이뤄진다. 한국의 운동부와 달리 수업을 빠지고 훈련하는 일은 없다. 이즈카는 “일주일에 두 번 실시한 훈련을 통해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일본의 학생 선수들이 한국과 다른 건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도쿄 시나가와에 위치한 종합스포츠클럽 코나미 스포츠&라이프에서 만난 고나카 요시유키(17) 군은 “‘인터하이’ 출전을 목표로 사이클부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 입시도 중요하기 때문에 운동이 끝난 뒤에는 학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3학년인 채치수가 인터하이 입상에 실패해 체대 특기생이 되지 못하고 시험 준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화뿐 아니라 일본의 현실도 그렇다.

일본 아마추어 선수들의 꿈은 전국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인터하이’ 라고 불리는 이 대회는 방학인 8월에 열린다. 예선 참가자는 일본 고교 재학생의 절반 가량인 약 120만 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3만 명 정도가 본선 무대를 밟는다.

지난 2012년 일본 문부과학성은 ▶청소년의 체력 향상 ▶생애 스포츠 기회의 향상 ▶국제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스포츠 기본계획을 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1년 국립스포츠과학센터를 설립했다. 2007년에는 374억 엔(약 3830억원)을 들여 태릉선수촌과 비슷한 내셔널 트레이닝센터를 세웠다. 엘리트 스포츠 강화를 위한 투자였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로 11위에 머물렀던 일본은 리우 올림픽에선 12개의 금메달로 종합 6위로 뛰어오르며 12년 만에 한국(8위·금 9개)을 제쳤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종목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2015년 74억엔(758억원)이던 예산을 올해는 103억엔(1055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생활체육과 국제 경쟁력의 선순환 구조는 엘리트 지도자들의 생활체육 참여로 완성된다. ‘미녀 체조선수’로 알려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다나카 리에(29)가 대표적이다. 체조 출신 다나카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체조클럽에서 훈련하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2013년 은퇴한 다나카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체조’ 등 일반인을 상대로 체조 강습을 하고 있다. 체조클럽 관계자는 “일본의 체육클럽엔 엘리트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많다. 수준 높은 지도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망주를 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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