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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공항'장애·유치원 미팅 등 사유도 가지각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오종택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오종택 기자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이틀째인 7일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해 ‘맹탕 청문회’가 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는 모두 27명이다. 하지만 이 중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 증인 14명은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가 된 셈이다.

구속 중인 최순실씨와 언니인 최순득씨의 불출석 사유는 ‘건강상의 이유’다. 최순실씨는 공황장애로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씨가 ‘공황장애’를 내세워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순실씨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썼다. 공황장애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적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건강상의 이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한 다른 증인들과 달리 의사 소견서조차 첨부하지 않은 최씨의 불성실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순득씨의 아들이자 장시호씨의 오빠인 장승호씨는 불출석 사유로 ‘베트남 거주 중, 유치원 교육 일정이 있음’이라고 적었다. 자신이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급 영어 유치원에서 사전에 정해 놓은 일정 때문에 한국에 입국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씨의 불출석 사유에 대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장승호씨는) 베트남에서 유치원 학부모와의 미팅이 있어서 참석 못한다고 한다. 국회를 어떻게 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경우 외교부를 통해 독일로 출석요구서가 보내졌으나, 거주하고 있는 곳이 분명치 않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와 함께 ‘자녀에게 영향을 미쳐 사생활 침해 가능’이라는 근거를 들어 불출석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그의 장모 김장자씨,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못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증인등의 출석요구등)에 따르면 증인 출석요구서는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송달돼야 한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음에도 출석요구서를 받지 못했다면 ‘합법적인 불출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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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엔 우 전 수석이 장모인 김장자 회장 집에 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김성태 국조특위위원장이 국회 입법조사관과 경호기획관실 직원 등 특위 직원 2명을 보냈지만 경비원 제지로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청문회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공시송달(관보 게재나 인터넷 공시 등)’을 통해 국회 출석을 강제하는 일명 ‘우병우 소환법’을 7일 발의했다. 증인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증인이 의도적으로 출석요구서 수령을 기피하는 경우 공시송달을 통해 출석 요구 의사를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국정조사 특위는 이날 청문회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하자 개회 직후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등 관련 증인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증인들인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벌금.징역 등의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형사상 강제구인과는 달리 물리적으로 출석을 강제할 수는 없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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