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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인태 전 의원 등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에 27억 배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유신정권 시절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유인태(68) 전 더불어민주당의원 등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27억여 원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윤성식)는 유 전 의원 등 민청학련 피해자 5명과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2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유신헌법을 반대하는 시위 등이 계속되자 박정희 정권이 "민청학련이라는 불법단체가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아 정부를 전복하려한다"며 180여 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유 전 의원은 이 사건에 연루돼 대통령긴급조치위반ㆍ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후 수감 4년 만인 78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유 전 의원은 2010년 10월 재심을 청구해 2012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자 이듬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재심 사건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다. 그동안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을 경우,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6개월 뒤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된다는 대법원 판결은 유 전 의원 등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 선고된 것"이라며 "소송이 제기된 무렵에는 권리행사 기간에 대한 법리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가 유 전 의원 등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내는 등 증거를 조작해 형을 선고했다"며 "조직적으로 자행된 인권침해 행위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장기간 사회적 냉대와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되므로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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