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원전은 안전한가|체르노빌 사고 1주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원자력에 대한 인류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어 놓은 소련 체르노빌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지 꼭 1년이 지났다.
소련정부의 공식발표로는 이 사고로 31명이 죽고 2백여명이 부상했다고 하나 이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소한 사망자만도 수천명에 이르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사고 직후 전세계는 핵발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빗발쳤으나 시일이 지남에 따라 당초의 심각했던 반응은 무디어 지고 각국이 모두 독자적인 원자력 정책을 전개해 가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지난날 쟁점이 됐던 새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그대로 추진키로했다. 서독과 네덜란드·벨기에·핀란드등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동결했고, 오스트리아와 스뭬덴은 이미 완성된 핵발전소를 철거키로 결정했다.
결극 이 두나라를 제외하고는 체르노빌의 엄청난 재앙에도 불구하고 피해 당사국들인 유럽 각국이 한결같이 핵발전소의 폐기를 고려치 않고 있다.
미국 뉴클리오닉스 위크지의 통계로는 소련과 동구권을 제외하고 세계 22개국에서 지난 1년동안 핵발전량은 오히려 9%가량 늘어난것으로 돼있다.
대량의 에너지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수단으로서 원자력의 비중은 앞으로도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줄어들 기미는 아직은 없다.
원자력은 산성비에 의한 삼림의 파괴나 이산화탄소에 의한 지구기온의 상승을 일으키는 석탄·석유같은 화석연료에 비해 공해위험이 없는 청정연료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토록 편리하고 값싼 에너지원이 안고 있는 재난의 위험성이다.
체르노빌 사고후 국제원자력기구(1AEA) 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핵발전 사고방지와 안전대책을 적극추진해 봤다. 그 결과 작년 가을 핵발전 사고때의 조기통보와 상호원조를 규정한 두 조약이 발효된 것은 중요한 성과다.
이러한 유기적인 협조와 안전기준의 준수는 핵발전 기술의 비밀주의에 우선해서 철저히 이행돼야만 한다.
또 이러한 안전기술의 준수여부를 상호 감시하고 사고에 즉각 대응하는 국제적인 체제도 한시 바삐 보완돼야할 문제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IAEA와 미국원전운전협회 (INPO) 는 작년말 원전5, 6호기와 3호기를 점검한 결과 무려 1백여항목에 걸쳐 시정을 권고한바 있다. 이들이 특히 강조한 점이 발전시설에 종사하는 운전자의 자질과 법정면허소지자의 부족등이었다는 점은 우리 원전이 안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결함을 시사한다.
체르노빌 사고원인이 설계상의 취약점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운전자의 실수에 의한 「인재」였다. 우리 원전설비가 체르노빌과는 설계나 구조에 있어 월등히 안전하다고는 하나 운전자의 잘못으로 일어날수 있는 사고 위험은 여느 원전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고 나설 처지는 못된다. 그러나 핵에너지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면밀한 사전 주의와 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바로 이점이 체르노빌 사고 1주년을 맞아 인류가 되새겨야할 긴요하고 중대한 과제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