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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성남시장 누구길래? '형제 갈등'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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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성남시장·왼쪽), 이재선(이재명 시장 형) [중앙포토]

이재명(성남시장·왼쪽), 이재선(이재명 시장 셋째형).

이재명(52) 경기도 성남시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시위 와중에 야권에서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30일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리서치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23.8%)에 이어 이 시장이 2위(17.2%)로 올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15.2%)을 제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시장이 속 시원한 발언을 많이 한다며 ‘사이다’라고 열광하고 있다. 관심은 이 시장이 앞으로 어디까지 돌풍을 이어갈 지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이 시장의 셋째형 재선(57·공인회계사)씨가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성남 지부장이 됐다는 깜짝 소식이 전해져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생인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며 탄핵 시위 현장 맨 앞에 서 있는데 이 시장의 친형은 박 대통령 지지세력인 박사모에 가입했고, 더군다나 동생이 시장으로 있는 성남에서 박사모 지부장을 맡아 공세적으로 활동할 태세다.

형제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를 놓고 세인들은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형제든 부부든 부자지간이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동생인 이 시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시점에 기다렸다는 듯이 친형인 재선씨가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서 의문과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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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선씨는 박사모 성남지부장이 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생인 이 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재선씨는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이 유리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 왼쪽에는 욕쟁이, 오른쪽에는 거짓말쟁이라고 써 공중파에 나가 (동생이 한) 욕을 틀 것”이라고 공언했다.

친형이 박사모 성남 지부장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일베에 이어 박사모까지… 죄송하다”고 반응했다.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재명 성남시장. 오종찬 기자

지난 11월19일 광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이재명 성남시장. 오종찬 기자

두 사람은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동기간(同氣間)인데 왜 이렇게 마치 한맺힌 원수처럼 극한적으로 대립·갈등하고 있을까. 형 재선씨가 ‘공중파에 나가 틀겠다는 욕’은 또 무슨 얘기일까.

이 시장과 재선씨가 벌이고 있는 형제 갈등은 이제 단지 가족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장이 유력 대선 후보군 반열에 올랐고 형 재선씨도 박사모 성남지부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현실 정치에 본격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그동안 페이스북이나 외부 공개 강연 활동을 통해, 그리고 재선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적극 펼쳐왔다. 본지는 두 사람의 페이스북 등 기존에 공개된 발언 뿐 아니라 이 시장 측(성남시 공보관실)과 재선씨와의 통화 등을 토대로 의좋은 형제가 왜 지금 이 지경이 됐는지 나름 추론해 봤다.

이 시장은 1964년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에서 5남2녀 중 다섯째(아들로는 넷째)로 태어났다. 셋째와 일곱번째가 딸이라 재선씨는 넷째지만 아들로는 셋째다. 화전민이었던 가족은 겨울이면 방안에 둔 물그릇이 얼 정도로 찌들게 가난했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는 한때 가출했다. 76년 성남으로 이주하면서 가출했던 아버지와 다시 합쳤지만 온 가족이 먹고 살기 위한 생계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다. 이 무렵 어머니(1931년생)는 성남의 한 시장 안에 있는 공중화장실에서 이용료를 받으며 어렵게 생활했다.

이 시장도 중학생 시절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노동했다. 공장 프레스기에 팔이 끼면서 비틀어지는 바람에 장애(6급)를 얻은 것도 이 때다. 사춘기 시절 이 시장은 몸이 불편한 채 기름때 낀 작업복을 입고 공장으로 향하는 자신이 싫어 두 번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후 깨달은 바가 있어 죽을 힘으로 학업에 열중했고 중졸 및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82년 중앙대 법대생이 됐다. 생활보조비(장학금)까지 받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이 시장의 생활보조비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비로 쓰여졌다. 특히 그 당시 정비공으로 일하던 재선씨에게 이 시장이 학업을 권유했고 재선씨는 83년 건국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형 재선씨는 8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이 시장도 같은 해에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형제가 동시에 ‘흙수저 성공 신화’를 쓴 셈이다.

이 시장은 이후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민변·참여연대)의 길을 걸었고 이 경력을 바탕으로 2006년 성남 시장(열린우리당 후보)과 2008년 국회의원(통합민주당 분당갑) 선거에 도전해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2010년 마침내 성남시장(민주당)에 당선됐다. 이후 이 시장은 6500억원이 넘던 성남시 부채 문제를 해결했다며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졸업 선언을 해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무상복지 3종 세트'(청년배당·무상공공 산후조리원·무상교복)를 들고나왔고 올해 강행하면서 중앙정부와 논란을 벌였다.

전당대회 출마 고심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강정현 기자

전당대회 출마 고심중인 이재명 성남시장. 강정현 기자

이 시장이 기초자치단체에서 ‘중앙정치인급’으로 착착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시장 가정사에는 크고 작은 비극과 우여곡절도 잇따라 생겼다.

안양시 청소 노동자이던 막내 여동생이 2014년 새벽 청소를 나갔다 과로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성남시 분당 일대에서 건강음료 배달일을 하던 이 여동생은 성남에서 다른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오빠가 성남시장에 당선돼 좋은데 가느냐”는 세간의 부정적 입방아를 듣기 싫어 배달일을 계속하다 이 시장 재선 후에야 안양시 환경미화원으로 이직했다고 한다. 앞서 성남 상대원시장 청소부로 근무하던 아버지는 86년 55세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 기일이 공교롭게도 이 시장의 생일이라고 한다. 맏형은 건설노동자로 일하다 한쪽 다리가 절단되는 산재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불행한 사고로 인한 비극 뿐 아니라 형제 갈등이라는 또 다른 비극도 닥쳤다.

형제 관계가 틀어진 것은 2005년 금전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선씨가 노모(당시 73세)에게 노후자금 50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시장에 따르면 거절 당한 형 재선씨가 노모에게 패륜적 폭언을 퍼부어 이후 이 시장이 형 재선씨와는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반면 형 재선씨는 “5000만원은 노모가 이사하면서 생긴 여유자금으로 (내가) 섭섭한 마음에 ‘그럼 그 돈 가지고 평생 잘 사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해명한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대목이다.

이 시장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 재선씨의 부적절한 행동들이라고 주장하며 몇몇 사례를 공개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2010년 시장 선거에 당선되자 형 재선씨가 녹지에 노인요양시설을 짓는 이권사업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형이 ‘시장 친형’이라고 내세워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고, 성남 시내 모 대학 교수자리까지 청탁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시장은 시청 부하 직원들에게 형 재선씨와의 통화나 접촉을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형 재선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해왔다. “(내가) 동생에 대해 질투심과 열등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생이 (나에 대해)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형 재선씨는 반박했다.

재선씨가 성남 소재 대학의 교수 자리를 시청 간부를 통해 청탁했다는 이 시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 재선씨 측은 “모 대학 총장이 된 (재선씨의) 친한 선배가 ‘강의 한 번 나와봐야지’라는 가벼운 농담을 했고 이에 재선씨가 ‘제 일하기에도 바쁘니 괜찮습니다’라고 거절한 일화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2010년 성남 시장 출마를 둘러싸고 형제 간에 갈등도 있었다고 한다.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처구니 없게도 (2010년) 성남 시장직 양보를 바라던 형님은 불법 메시지를 대량 발송 하는 등 내 선거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형 재선씨가 "그런 말 한 적 없다. 거짓말이다.내가 시장 하려고 했으면 이전에 벌써 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한 결정적 사건은 2012년 노모 폭행 논란 사건이다. 이 시장은 형이 자신과 연락이 닿지 않자 형이 노모 집에 찾아가 이 시장에게 전화연락을 대신해줄 것을 요구했고, 노모가 거절하자 형이 모친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패륜적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5인과 만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정국 상황을 논의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5인과 만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정국 상황을 논의하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이에 대해 형 재선씨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모집에서 (시청 게시판 비판 글 문제로) 다른 막내 남동생(당시 45세)과 언쟁이 붙었고, 1~2분간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 전부다. 노모는 자리를 피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에 동석한 형수(재선씨의 부인)가 형 재선씨의 폭언을 ‘고도의 철학적 표현’이라고 두둔해 이 시장 식구들을 능욕했다고 이 시장은 주장한다. 이후 이 시장은 당시 형수에게 전화해 따지는 과정에서 형수에게 욕설을 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욕설 파일은 이후 가족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 정치 무대에서 논란으로 비화한다. 해당 녹취파일이 지난 2014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이 시장은 주장한다. 실제로 보수단체는 문제의 통화 녹취파일을 공공장소에서 틀었고,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상근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이 시장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당시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11.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2012년 폭행 논란 사건과 관련해 이 시장이 주장한 형 재선씨의 존속상해(어머니 폭행) 혐의 부분은 검찰(성남지청)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한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다만 노모에 대한 존속협박, 막내 남동생 상해, 그리고 당시 한꺼번에 고소장이 접수된 건조물(성남시의회)침입, (성남시의회)업무방해, 모 백화점 직원 폭행 사건 등 다섯 가지 혐의에 대해 검찰이 합쳐서 약식기소(각 100만원, 5건 합계 벌금 500만원)처리했다.

검찰 처분 등을 종합하면 재선씨의 이 시장이 주장한 재선씨의 존속상해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이 났고, 존속협박 혐의는 벌금형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재선씨는 “(가장 쟁점이 된) 노모에 대한 존속상해 건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동생인 이 시장이) 인권변호사라고 하면서 무죄추정 원칙조차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이 시장은 공인회계사 자격을 잃지 않으려 적용 혐의를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모 폭행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 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존속상해로 형이 확정되면 회계사 자격을 잃게 돼 (변호사를 통해) 적용 혐의를 폭행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노모는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검찰 공소장에 (노모 폭행) 내용이 담겨 있다. 노모를 폭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선씨측은 “이 시장은 당시 현장에 없어 상황을 모른다. 노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진실 공방 와중에 법원은 이 시장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녹취된 음성파일에 대해 공개 및 유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누구든지 이 음성파일을 1회 유포할 때마다 50만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이 시장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형님은 결국 정신병증이 심해져 2014년 11월 6주간 경남 창녕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지난 9월 전국언론노조 등이 주최한 ‘대선 예비주자에게 듣는다’ 포럼에서 녹취파일과 관련한 청중의 질문을 받자 “조울증 환자인 형님이 노모를 폭행했고, 말할 수 없는 패륜적 폭언을 해 심하게 싸운 것”이라며 “국민이 (형수에게 욕설을 하게 된 경위 등) 전모를 알게 되면 (욕설을 하게 된 이유를) 납득하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고위직 한 명이 형님에게 (성남시의원) 비례대표를 주겠다고 바람을 넣어 (동생)내쫓기 운동을 했다”며 “녹취파일은 유포가 금지됐는데도 음성적으로 돌아다니지만 크게 타격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과 형 재선씨의 형제 갈등은 그 자체로 불행스런 일이지만 이 시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제 좋든싫든 두 사람 모두 어떤 식으로든 설명과 해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6공화국 들어 취임한 직선 대통령들이 예외없이 가족·형제·집안 또는 주변 관리를 제대로 못해 비극을 초래했고 국가·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태우 대통령의 처고종사촌 박철언씨(‘6공 황태자’),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김대중 대통령의 세아들(홍일·홍업·홍걸 등 이른바 ‘홍삼트리오’),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 이명박 대통령의 형 상득씨가 그런 생생한 사례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도 ‘비선실세’라는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씨 사건으로 탄핵의 기로에 서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치인 개인의 비극이 국민의 비극으로 번지는 것을 지난 30년간 너무 많이 봐왔다”며 “앞으로 다시는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시장을 포함해 누구든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은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 참여를 선언하기 전에 해명해야 할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솔직하고 정직하게 적극 해명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인은 수신(修身)과 제가(齊家) 이후에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논하는 것이 상식이자 순리”라고 덧붙였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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