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사기' 정윤회 측근 역술인 때린 60대 1심서 집행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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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61)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났다고 주장한 역술인 이세민(59)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하자 폭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 2014년 9월 한 체육법인 총재인 권모(63)씨는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A씨와 함께 이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 선정돼 각종 공사 계약을 딸 수 있게 해달라며 로비를 한 것이었다. 이듬해 3월까지 권씨는 총 72회에 걸쳐 9억여 원을 이씨와 이씨가 지목한 제3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권씨는 약속과 달리 수개월이 지나도록 공사를 따내지 못했다. 이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권씨는 자신의 비서인 오모(43)씨와 이씨를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고향 후배 등 네 명을 더 모아 범행을 구체화했다.

지난해 9월 권씨는 이들과 함께 서울 종로에 있는 이씨의 집으로 향했다. 두 명은 현관 앞에서 망을 보게 하고, 자신과 세 명은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 권씨는 이씨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 하며 목과 얼굴을 때려 넘어뜨린 뒤 발로 차고 밟았다. 이 때문에 이씨는 전치 56일을 진단 받았다.

권씨는 또 이씨의 가사도우미가 소란한 소리를 듣고 거실로 오자 손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다리를 차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게 하는 등 28일간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상해를 입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나상용 부장판사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오씨 등 3명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권씨는 계획을 세우고 여러 명을 불러 모아서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씨의 피해 정도가 심하고 가사도우미의 피해 정도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권씨 등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일부 공범들은 범행에 단순 가담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이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최순실(60)씨가 정씨와 이씨가 자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이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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