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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타는 중…서문시장 초기진화 실패, 침구류가 불쏘시개

중앙일보

입력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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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목을 앞두고 영남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구 서문시장에 30일 큰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700여 상가가 불에 탔고 피해액은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소방관 두 명이 경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상가 경비원 2명이 화재 당시 상가 옥상에 대피해 있었지만 소방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빠져나갔다.

불은 이날 오전 2시8분쯤 서문시장 내 4지구 상가에서 발생했다. 불이 난 직후 상가 1층 주변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길이 치솟았다는 목격자들의 119 신고가 이어졌다. 불은 화재 발생 9시간 여 만에 잡혔다. 하지만 완전 진화는 30일 오후 7시30분 현재까지 끝내지 못했다. 대구시소방안전본부 측은 "4지구 상가 내 679개 점포가 모두 불에 탔으며 이날 오전 11시51분 큰 불은 진화했지만 잔불이 남아 하루쯤 지나야 완전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초 신고 직후인 오전 2시10분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해 초기 진화에 나섰다. 불이 난 4지구 상가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는 대신소방119센터가 있다. 이 센터 소방관 6명이 소방호스 등을 챙겨 첫 진압에 나섰지만 인화성이 높은 섬유 제품으로 불길이 번져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상가 내 스프링클러도 작동됐지만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상가 내 점포에 겹겹이 쌓여 있던 침구류 등 섬유 제품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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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4지구 지하 1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섬유 원단, 2층은 침구류와 한복 판매점, 3·4층은 각각 의류 판매점과 상가 사무실이 있다. 대구시소방안전본부는 2시12분쯤부터 소방차 103대와 인력 870명, 소방헬기 2대를 연이어 동원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초기 진화를 놓친 불은 상가 1층에서 2·3·4층으로 계속 번졌다. 결국 불은 상가(연 면적 1만5386㎡)와 상가 내 점포 679개를 모두 태웠다. 상가 앞 노점 자판 10여개도 전소됐다. 상가 외벽에는 금이 생겼고, 주차장과 연결되는 상가 연결로 등 구조물도 붕괴됐다. 사실상 상가 골조 일부만 남기고 모두 무너진 셈이다.

상인들은 연말과 설을 대비해 재고량을 크게 늘린 상태였다고 했다. 그래서 점포 한 곳당 적게는 7000만원, 많게는 3억원 이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피해액이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4지구 상가 내 2층에서 의류점을 하는 A씨(70)는 "연말 대목을 앞두고 물건을 많이 들여놔서 손해가 너무 크다"며 답답해 했다. 섬유 원단을 취급하는 한모(70)씨는 "3억원 규모의 섬유 원단이 점포에 쌓여있고, 현금도 일부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중구청에 따르면 4지구 상가는 76억원짜리 단체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상가 내 점포 개별 화재보험은 대부분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피해에 물에 젖은 도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부짖는 상인들도 있었다. 침구류 등을 파는 한 상인은 2005년 서문시장 2지구에서 화재 피해를 입고 4지구로 옮겼는데 또 재산을 잃었다고 했다. 서문시장은 2005년 12월에도 4지구 상가 옆 2지구에서 유사한 화재가 발생해 1000억원 가까운 재산 피해를 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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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소방당국과 함께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다. 최초 발화지점이 4지구 1층인지, 4지구 앞 노점 자판인지 등을 살피고 있다. 최초 119 신고자 3명과 상가 경비원 등 모두 6명을 불러 진술도 받았다. 주변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며 실화인지, 방화인지도 조사 중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이날 서문시장을 찾아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피해지원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이정현·이상돈·윤재옥 의원 등도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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