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한·일·중 정상회의 내년 연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9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조준혁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가” “국내적 합의에 따라 우리의 지도자라고 인정할 수 있는 인사가 대신 참석하는 상황도 상정하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조 대변인은 “더 이상 구체적으로 답할 것이 없다”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브리핑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발표 30여 분 뒤에 진행됐다.

요미우리 “일 외무성, 연기 검토”
박 대통령 담화 뒤 한국도 고민

조 대변인의 답변처럼 정부는 현재 3국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 있다. 3국 정상회의를 12월 19~20일 중에 개최하자는 일본의 제안에 정부는 이미 ‘한국 정상의 참석’을 회신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등 박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국내 정치 상황이 요동치면서 ‘박 대통령의 참석’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현재로선 대통령 참석 외에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3국 정상회의 준비 사정에 밝은 외교가 소식통은 “솔직히 우리 국내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이번 정상회의가 미뤄지는 게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면서도 “하지만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궐위를 전제로 대안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연기 요청을 하고 싶어도 그런 결정을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귀띔했다. 3국 정상회의는 한국의 주도로 2008년 시작됐으며, 한국에선 지금까지 전부 대통령이 참석했다. 한국 상황이 좀처럼 명확해지지 않자 일본에서 먼저 3국 정상회의 연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외무성 간부 등을 인용해 “한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에서는 회의를 내년 초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박 대통령의 임기 만료 전 사임 표명에도 3국 정상회의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후 외무성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장국으로서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