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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의자왕 때 옻칠 갑옷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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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시장 들머리에 고대 수도시설을 재연해놓았다. 충남 부여 관북리 유적에서 나온 것이다. 관북리 일대는 백제 마지막 도성인 사비의 왕궁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1982년 이곳에서 기와를 조립해 만든 길이 40m의 도수관(導水管)이 확인됐다. 백제인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부여의 동서·남북 도로 좌우 양쪽에서 하수도 시설도 있었다. 백제 도시계획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에 나온 충남 부여 쌍북리 토제 굴뚝(왼쪽)과 토기. [뉴시스]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에 나온 충남 부여 쌍북리 토제 굴뚝(왼쪽)과 토기. [뉴시스]

2011년 공주 공산성 성안마을에 옻칠 갑옷과 말투구·말갑옷이 처음 출토됐다. 공산성은 백제가 웅진에 도읍할 당시의 웅진성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옷칠 갑옷에는 ‘정관십구년(貞觀十九年)’년이라는 붉은 글자가 남아 있다. ‘정관’은 중국 당 태종의 연호. 정관십구년은 645년, 백제 멸망 15년 전을 가리킨다. 백제 마지막 의자왕이 당에 사신을 보내 교류하던 시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진경 학예사는 “갑옷 위에 1m가 넘는 볏짚을 쌓아놓았는데, 이는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례로 보인다”며 “이번에 옻칠 갑옷을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국립중앙박물관서 특별전
사리장엄구·치미·도자기 등 1720점
사비성 왕궁지 수도시설 재연도

백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문화를 일궜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나오는 말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널리 알렸다. 동북아 문화교류 중심지였던 백제의 진면목을 살펴보는 ‘세계유산 백제’ 특별전이 29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돌아보는 자리다. 한성백제(기원전 18~475) 이후의 웅진기(475~538)와 사비기(538~660)를 대표하는 도성·사찰·능묘에서 나온 문화재 350건, 총 1720점이 나왔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1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호. 높이 13㎝. [뉴시스]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1층에서 출토된 금동 사리호. 높이 13㎝. [뉴시스]

하이라이트는 사리장엄구(사리를 넣은 용기와 공양물)다. ‘사찰과 불탑의 나라’로 알려진 백제 왕실은 불교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다. 부여 왕흥사지, 익산 미륵사지·왕궁리 유적에서 나온 사리장엄구는 발원한 사람과 시기, 목적 등이 기록돼 있다. 백제 불교문화의 꽃으로 불린다.

이번 특별전은 백제 문화의 백화점 같다. 관청·공방·부엌·정원·화장실·무덤 유물 등을 두루 소개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치미(건물 용마루 양 끝에 올린 장식기와)인 왕흥사지 치미와 71년 발견된 공주 무령왕릉 유물도 빠뜨릴 수 없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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