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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시장서 돈 빠지고 부동산도 투자 매력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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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직장인 오영석(41)씨는 매달 50만원씩 넣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해지했다. 월급은 오르지 않았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분을 충당하고 나니 생활비가 부족했다. 더구나 ISA 수익률은 가입 후 6개월간 1%도 안 될 정도로 저조했다. 오씨는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몰라 당분간은 현금을 쥐고 있겠다”고 말했다.

예·적금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묶였던 돈을 빼내 현금성 계좌로 옮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상품 투자나 소비를 하지 않은 채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날 때 생기는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현상이다.

불확실성에 현금 보유 선호
“비과세 상품 더 개발해야”

국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부실기업 구조조정, 전자·자동차 등 주력산업 부진 영향으로 부동산과 주식 모두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해외 투자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화가치가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투자 매력이 크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표적인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예금)인 은행 보통예금의 9월 말 잔액은 115조65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8%(14조9432억원) 증가했다.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심각하다. 한은이 집계한 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9월 19.6회로 전월(20.7회)에 비해 1.1회 떨어졌다. 이는 2005년 2월(18.1회) 이후 1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은행에서 돈을 찾는 횟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도 마찬가지다. 주식·채권에 장기투자하기보다는 현금을 보유한 채 관망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기관투자가용 초단기 투자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이달 24일 현재 118조884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7%(17조483억원) 늘었다. 부동산도 투자 매력이 줄었다.

반면 중장기 저축·투자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은 정체 상태다. 9월 말 정기적금 잔액은 35조74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7893억원) 적다. ‘만능통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ISA 의 인기도 시들하다. 9월 말 기준 가입자는 240만5269명으로 6월 이후 석 달간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자금이 모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9월 말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1.33%로 전년 동기 대비 0.18%포인트 낮다. 25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을 보면 국내 -4.89%, 해외 -3.31%로 마이너스 수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자금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수익이 나는 한 곳에 몰리는 ‘쏠림현상’이 발생하면 경제에 더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ISA 시즌 2’가 대표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으로, ISA의 중도인출을 1회 허용하고 비과세 수익 한도를 두 배(200만원→400만원)로 늘리는 게 골자다.

이태경·장원석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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