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의 기적'이 찾아 온 노부부…은행에 뺏긴 차 되찾게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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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핑 부부와 존 포드(가운데).  [사진 GoFundMe]

키핑 부부와 존 포드(가운데). [사진 GoFundMe]

미국 일리노이에 사는 스탠포드 키핑(82)과 패티 키핑(70) 부부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하나는 1998년산 자동차 뷰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약값이다. 최근 약값이 너무 올라 매달 내야만 하는 뷰익 할부금 95 달러(약 11만원)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키핑은 마트 점원으로 일하자 시력이 나빠져 일을 더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면서 가계가 어려워 졌다. 결국 키핑 부부는 뷰익을 은행에 넘겨줘야만 할 상황에 놓였다. 짐 포드(41)라는 은인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채권회수업자(repo man)다. 은행이나 금융회사를 위해 돈을 제때 못 갚은 채무자로부터 담보 자산을 회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일리노이의 지역 신문 벨빌 뉴스-데모크랫에 따르면 짐 포드는 키핑 부부로부터 뷰익을 회수하던 날 고민에 빠졌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키핑 부부는 정말 훌륭한 노부부다. 내가 뭔가 해야 겠다. 나는 그 차를 뺏을 순 없다”고.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지 않기로 했다.

존 포드는 온라인 사이트에 키핑 부부의 사연을 올리고 모금을 받았다. 주로 그와 같은 채권회수업자들이 돈을 냈다. 하루 만에 3500 달러(약 412만원) 이상을 모았다.

이 돈에서 온라인 사이트 수수료를 제하고 은행 빚 2500 달러를 갚은 뒤 나머지 1000 달러를 봉투에 넣었다. 그의 동료는 추수감사절 칠면조를 샀다. 두 사람은 뷰익의 고장이 난 헤드라이트를 고치고, 엔진오일을 갈랐다.

그리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뷰익을 끌고 다시 키핑 부부네로 갔다. 차 없이 어떻게 살지 막막하던 부부는 차와 함께 칠면조와 1000 달러를 받게 되자 “기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되찾은 차를 보고는 “새 차 같다”고 말했다.

미국 네티즌은 미국의 명절인 추수감사절 시즌 키핑 부부와 존 포드의 뉴스를 읽고 마음이 훈훈해졌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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