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찾아가는 삶 … 나를 지킨다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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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호 30면

내 책상 앞 벽면에는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찍었던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당선 전 유세 현장에서 만난 후보자로서의 그와 찍은 사진들이다.


사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와 함께 찍은 사진도, 그에 대한 나의 분석과 평론도, 주목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당선 확정 후에는 지인을 비롯해 몇몇 정치인과 기자들에게도 ‘트럼프 대선 정국’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난 현상이다. 기존 나의 미국 대선 분석들은 대부분의 언론이나 전문가 평가와 달리 트럼프 선거 방식의 긍정적 측면을 드러낸 부분들이 있었다.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로 채택되기 어려운 위험한 발언이라 여기는 비동조인들이 많아, 미국 대선 현상에 대한 발언 시 위험 수위 조절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다수의 의견을 더욱 강력한 다수의 의견으로 위축하게 한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2016년 미 대선 이후 생긴 신조어 ‘샤이 트럼프 지지층’이라는 말로 가장 잘 설명된다. 고립되는 것이 두려운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일 경우 침묵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래서 다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동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고객의 색(정체성)을 찾아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이미지 전략가 측면에서는 아주 풀기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 고객의 색을 찾아주려면 제일 먼저 현 시대적 환경과 개인을 분석한 뒤 남과 다른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결국 다수와는 다른 자신의 색을 내야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숨겨놓았던 ‘나’를 용기있게 드러내야 하는 변화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젊은 층은 이를 즐기는 편이지만, 아직은 다수와 다르다는 것을 ‘튀는 것이고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는 중년층은 이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연예인이나 정치인도 아닌 일반 조직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중년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 분들에게는 더 이상 시대적 트렌드를 배우지만 말고 과감히 실행하라 전하고 싶다. 한 해 동안 미 대선 유세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분석해 본 2016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마디로 ‘두 후보의 브랜드 쇼’였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각각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알리고 각인시키는 것도 대통령의 주요한 자질이라 유권자들은 평가했고 이는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비단 대통령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마크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다. 자기다움을 찾지 못하면, 어느 시장의 어떠한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쉽지 않은 것이 시대적 트렌드다.


이제는 나의 색을 찾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자신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약속해야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무엇을 할 때, 먹을 때, 볼 때, 누구와 만날 때,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즐거운지 적고 읽고 느껴보자. 스스로 가장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재미없는 중년은 나다움의 색을 찾기 힘들다.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될 때 진짜 꽃 피는 전문가가 된다. 다수의 동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인정과 동조가 스스로를 지키는 작업의 핵심이자 ‘나다움’의 시작이다. 그래야 인정하는 다수를 끌어낼 수 있다. 이는 미국 최고령 대통령으로 당선 된 꽃중년 트럼프의 전략이기도 하다.


허은아(주)예라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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