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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지역정치 주도권 잡기에 악용되는 새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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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전북 새만금 카지노 유치 과정에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최근 현지 언론에서 제기됐다. 의혹의 핵심은 김관영(군산)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8월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한 배경에 안 전 수석 등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법안을 발의할 때 김 의원이 전북도 및 새만금개발청과 사전 협의 없이 안 전 수석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지난 23일 “법안 추진 과정에서 송하진 전북지사와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과 수차례 상의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안 전 수석과 몇 차례 만나 새만금복합리조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한 것을 두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아주 나쁜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 측은 “개발이 더딘 새만금에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복합리조트가 꼭 필요하다. 정부 부처와 지역마다 입장이 다르니 VIP(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안 전 수석을 만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성공적인 복합 리조트 도입을 위한 카지노 규제방안’ 토론회. [사진 김관영 의원실]

8일 국회에서 열린 ‘성공적인 복합 리조트 도입을 위한 카지노 규제방안’ 토론회. [사진 김관영 의원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전혀 다른 데로 불똥이 튀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북 지역 정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4·13 총선에서 전북 정치권은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19대까지 민주당은 전북 11개 선거구에서 9석을 차지한 절대 다수당이었다. 하지만 선거구가 10개로 조정된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이 7석으로 제1당이 됐고 민주당은 2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은 호재를 만난 듯 공세를 편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23일 “김 의원은 새만금 카지노 추진 경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청와대가 개입됐다면 배후 세력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전북 지역 국민의당 의원 전체를 겨냥했다. 앞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 전북 국회의원 10명 가운데 정동영·유성엽·김광수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 7명 전원과 새누리당 정운천 의원이 참여했고 민주당 이춘석·안호영 의원은 개정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인 송하진 전북지사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만금 사업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경질을 공론화했다. 새만금개발청 측이 즉각 반발하면서 양측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새만금은 1987년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선 후보가 호남 표를 얻기 위해 공약한 지 29년이 지났지만 전체 매립 예정 부지(291㎢)의 80.3%가 아직도 물밑에 잠겨 있다. 사업 주체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아노미 상태다.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지역 정치권이라도 당리당략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새만금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나.

김 준 희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