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동차] “신차엔 예상못한 결함 가능성, 최소 6개월 지켜보고 구입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는 자동차 사전계약과 관련된 마케팅이 발전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IG)는 사전계약 실시 3주만에 2만7000여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한번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해외 시장과 달리 국내는 자동차 사전계약과 관련된 마케팅이 발전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그랜저(IG)는 사전계약 실시 3주만에 2만7000여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한번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지난 22일 현대차가 그랜저를 발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그랜저는 국산 준대형 세단을 대표하는 모델이자 현대차의 효자 상품 중 하나다. 소비자들의 기대감 역시 컸기 때문인지 신형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날 만에 1만 5973대가 계약되는 기록까지 세웠다. 전국 830여 개 영업소 한 곳당 하루 19대 이상이 계약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사전계약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또한 이 같은 여세를 몰아가 사전계약 실시 12일 만에 2만 4300여 대 이상 계약됐다.

자동차 사전계약 열풍의 허와 실
업체들 수요 예측, 생산 효율 도움
홍보 위해 숫자 부풀리기 가능성
정찰제로 차값 부담…잘 따져봐야

신형 그랜저의 사전계약 인기에 자동차 업계의 사전계약 마케팅이 다시 주목을 받는 중이다. 르노삼성 SM6는 사전계약 7일 만에 5000대를 돌파하고, 쉐보레의 9세대 말리부도 8일 만에 1만대의 계약건수를 넘으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고성능 쿠페인 카마로SS의 경우 스포츠카로는 이례적으로 사전계약 대수 70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전계약 사례로 꼽히는 것은 테슬라의 모델3다. 예약 주문 사이트 개시 36시간 만에 25만 대를 돌파했으며, 1주일 만에 32만5000 대 이상의 기록까지 남겼다. 1주일 만에 확보한 매출액만 우리 돈 16조원을 넘어선다.

자동차 업체들이 사전계약제를 운영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대기수요를 모으면 출시 첫 달 판매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출시 후 첫 달 ○○○○대 판매’ 등으로 홍보하며 자사의 신차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된다. 또, 디자인이나 가격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트림별, 편의 품목별 선호를 파악해 실수요를 예측하는 자료로 쓸 수 있다. 르노삼성의 SM6의 경우 예상과 달리 상급 트림과 S-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선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생산 시기나 물량을 결정하는 확실한 기준이 된다. 그밖에 공장의 생산 효율을 높이고 출고 지연을 방지한다는 이점도 갖는다.

출시 전 광고효과도 톡톡히 볼 수 있다. 신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붐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대 그랜저나 르노삼성 SM6, 쉐보레 말리부 등 제조사의 주력 상품인 경우 사전계약 실시 후 하루, 1주일, 1개월 등 특정 기간 동안의 사전계약 대수를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음을 강조하기도 한다. 대기 수요층을 묶어두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사전계약 신청은 마치 신차를 구입한 것 같은 만족감과 함께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속감까지 들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 입장서는 경쟁사 차량을 구입하거나 차량 구입을 미루는 등의 이탈을 최소화시킬 수 있게 된다. 수입사들의 경우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용도로 사전계약을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신껏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우선 제조사들이 앞다투며 사전계약 실적을 공개하고는 있지만 이중 몇%가 실제 구매까지 이어졌는지 공개하는 곳은 없다. 사전계약은 말 그대로 가계약이기 때문에 본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고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실제 고객들이 아니지만 업체 측에서는 이들까지 묶어 숫자를 부풀리는데 이용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신차 구입 시 사전계약보다 최소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본 후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아닌 모델 체인지급의 완벽한 신차에서 제조사들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 세대 현대 그랜저HG는 주행 중 배기가스 유입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현대차는 이 문제를 잡기 위해 상당 시간을 소요했고 수차례 보완을 거쳐 문제를 잡아냈다. 벨로스터 터보도 같은 문제로 무상 수리에 들어간 바 있다. 한국GM의 아베오 RS 등은 130마력 출력으로 데뷔했지만 6개월 만에 출력이 140마력으로 올랐다. 한국GM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존 소비자들이 보유한 차의 출력을 올려주려 했지만 재인증 문제 등의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결국 먼저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본 경우다. 또 상당수의 제조사들은 가벼운 문제 발견 시 무상수리를 해주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쉬쉬하며 넘어가기도 한다.  

오토뷰=김기태PD, 김선웅 기자 news@autoview.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