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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탈모치료제, 고려은단…33개월간 청와대가 산 의약품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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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 탈모치료제, 고려은단…. 청와대가 최근 33개월간 구매한 의약품 목록 중 일부다.

청와대가 2014년 이후 백옥ㆍ태반ㆍ비타민 등 각종 주사제 14종 1500개 가량을 구입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본지 23일자 5면>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54) 전 차움의원 의사가 최순실(60ㆍ구속 기소)ㆍ순득 자매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 등을 대리 처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런 약을 직접 구매해 사용했다는 자료도 나온 것이다. 주사제 외에도 국정 운영에 꼭 필요한 지 여부가 불분명한 의약품들이 다수 드러났다.

비아그라정 [자료 약학정보원]

비아그라정 [자료 약학정보원]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청와대 의약품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총 764건의 의약품을 구매했다. 이 중 주사제가 제일 많은 편이다. 태반주사인 라이넥(150개)과 멜스몬(50개)은 2014~2015년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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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카정 [자료 약학정보원]

프로스카정 [자료 약학정보원]

또한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 주사약은 두 차례에 걸쳐 100개 샀다. 마늘주사(푸르설타민) 50개와 백옥주사(루치온) 60개도 구매했다. 타미풀, 삐콤헥사 같은 비타민 주사약도 9종 1080개를 사들였다. 여기에 타서 쓰는 무기질제제 주사약 셀레나제티프로 주사약을 70개 샀다. 단백질아미노산 주사인 크레타민 등 영양주사 160개를 구매했다는 기록도 나왔다. 이들 주사제는 피로 해소나 피부 미용 등의 용도로 쓰이는데 구매액만 총 500만원 정도 된다.

  박 대통령과 상관없어 보이는 의약품도 다수 구매했다. 시중에서 전립선비대증이나 탈모 치료제로 팔리는 프로스카정(피나스테리드 성분)은 2014년 4월부터 올 8월까지 7차례에 걸쳐 450개를 구입했다. 대표적인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정은 지난해 12월에 60개 샀다. 같은 달에 또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인 팔팔정50mg도 304개 구입했다. 금연 보조제인 ‘니코틴엘 금연패치’는 2380통과 껌 1200개가 구매 목록에 올랐다. 광동 우황청심환 6개를 사거나 비타민C 함유 제품인 ‘고려은단 비타민씨정’ 4200통을 대거 구매하기도 했다. 비아그라 구매 사실이 논란이 되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아프리카 순방에 대비해 고산병 치료제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 하지만 한 번도 쓰지 않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그 밖에도 무좀 치료제로 쓰이는 한국화이자제약의 ‘디푸루칸캡슐50mg’을 지난해 11월에 28개 샀다. 대표적인 구충제인 젠텔정은 2014년 6월과 11월, 지난해 11월 3차례에 걸쳐 600여개 구매했다. 그 외에 여성호르몬제와 감기약, 변비약 등의 약품도 다수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대한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 등 마취제 4종도 2014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7차례에 걸쳐 180개 구매했다. 특히 리도카인 계열은 정맥에 주사하는 ‘국소마취제’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김상희 의원 자료에는 프로포폴 등의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한 기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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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약품 리스트엔 불면증을 치료하는 약도 있었다. 해당 치료제인 서카딘서방정2mg은 지난해 11~12월에 총 600개 구매했다. 서카딘은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효능을 갖고 있으며 주로 55세 이상 불면증 환자 치료에 많이 쓰인다. 가벼운 증세의 환자들이 많이 처방받으며 향정신성의약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학병원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면증뿐 아니라 시차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 서카딘을 먹고 수면 리듬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영지ㆍ정종훈ㆍ백민경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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