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신기록 우승한 이종희|선두고수 일념으로 뛰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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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년 전까지만 해도 「마라도나」를 꿈꾸던 축구선수가 「제2의 손기정」으로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신기록을 수립한다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어요. 단지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는 일념으로 뛰었는데 운좋게 우승도 하고 신기록도 낸것 같군요』
한국마라톤에 신기원을 이룩한 이종희(20·제일제당). 자신이 수립한 기록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조차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이다.
체력소모가 너무 심해 레이스를 포기하려고 생각했던 37km지점이 가장 어려운 고비였다고 말한다.
공주 금학국교때는 야구를 하다 춘천고 재학시 축구선수로 뛰어들었으나 후보신세를 면치 못했고 85년 인천전문대체육과에 진학, 우연히 참가한 교내단축마라톤(10km)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계기가 돼 육상에 입문했다. 그해 11월 제일제당 육상부 이상철 코치의 눈에 띄어 발탁돼 본격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일취월장, 이듬해인 86년5월 5천m 아시안게임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지난해 동아마라톤이 처음으로 2시간29분대의 하위기록이었으나 1년만에 자신의 기록을 17분, 육상입문 2년만에 한국최고기록을 1분후초 단축하는 기염을 토했다.
뛰어난 순발력과 변함없이 꾸준한 보폭, 스윙 폼이 적은 주법이 강점이지만 유연성·지구력 및 스피드부족과 레이스 운영 미숙이 결점.
「제비」라는 별명처럼 마라톤에 알맞는 신체적 조건(1m76cm·64kg)을 갖추고 있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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