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곡오염 별것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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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립공원 북한산의 우이동 계곡이 시궁창으로 변하고 있다는 보도(중앙일보 14일자)는 시민과 행정당국으로부터 전혀 상반된 반응을 불러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상이 현장사진과 함께 보도되자 관할 서울 도봉구청은 시궁창에서나 나타나는 7∼8cm 길이의 희부연 물이끼를 보고도 상급기관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보고.
「음식찌꺼기와 부패성 물질은 제거되고 있어 보도내용과 같이 오염이 심한 정도는 아님」
「보도내용중 하수집적 탱크와 밑바닥비밀방류 시설은 활성탄·모래 여과기로 비밀방류시설이 아님」등이 보고내용.
「물은 비누를 풀어놓은듯 뿌옇게 변했고, 바위·바닥돌에는 시궁창에서나 보는 희부연 물이끼가 잔뜩 끼었다」는 실상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러면서 「별것 아니다」는 투의 보고로 사실을 호도했다.
구청당국의 보고대로 음식찌꺼기와 부패성 물질이 제거됐다면 계곡은 왜 그처럼 폐수로 오염됐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분노는 그래서 폭발하고 있는 것 같다. 『옥류처럼 맑았던 우이동 계곡이, 국립공원이자 1천만 서울시민의 소중한 자연재산이 이토록 썩어도 괜찮으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도 그때문이다.
시민들은 특히 계곡물을 썩여놓은 바로 그 업소가 지난해 개업 허가를 받을 때부터 말썽이었고, 더구나 그 책임을 맡았던 도봉구청이 그 모양을 해놓은 우이동 계곡을 번연히 보면서도 내부적으로 엉뚱한 보고를 하고있는 자세에 의혹을 갖는다.
『그 업소가 어떻게 지금까지 건재합니까. 왜 구청은 일이 있을 때마다 특정업소를 감싸고 나옵니까.』
행정당국을 나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높아만 간다.
구청당국은 마지못해 1·5km의 분류 하수구를 묻게하겠다고는 했지만 1년이 지나니 눈가림이나 하도록하겠다」는 말로 돌려 미덥지 않다.
국립공원의 유수를 더럽히는 상혼도 얄밉지만 이를 두고 숨바꼭질을 계속하는 행정당국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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