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체감 난도가 높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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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해 수능은 지난해보다 대체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학의 경우 까다로운 문제가 늘었다고 밝혔다. 통합형으로 바뀐 국어도 새로운 유형의 문제로 인해 수험생들이 실제 수준보다 어렵게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주장을 두고 “수학은 ‘고난이도 문항’이 늘어 상위권 변별이 좀 더 용이해졌다” “국어는 생소한 유형의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아졌다”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난이도(難易度)’는 어려움(難)과 쉬움(易)의 정도를 한꺼번에 나타내는 한자어이므로 이들 문장엔 어울리지 않는다. ‘고난이도 문항’은 ‘고난도 문항’으로, ‘체감 난이도’는 ‘체감 난도’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과목 모두 어려움의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이도’를 ‘난도’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오류를 종종 범하곤 한다. 문제가 어렵다는 뜻으로 “그 문제는 난이도가 높아서 손댈 엄두도 안 나더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난도가 높아서”라고 해야 올바르다. “지난 평가 때보다 난이도를 낮춰 문제를 쉽게 출제했다” 역시 ‘난도를 낮춰’라고 해야 의미가 통한다. ‘높다’나 ‘낮다’는 ‘난이도’가 아니라 ‘난도’와 어울려 써야 자연스럽다.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이도 분포에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6월과 9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유사하게 맞추려고 노력했다”의 경우는 어떨까? 모두 ‘난이도’를 바르게 사용한 예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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