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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대미수출 10% 감소, 5개월째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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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밀려오기도 전에 미국으로의 수출은 이미 쪼그라들고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53억9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 감소했다. 대미 수출은 6월부터 5개월째 내리막이다. 올 1~10월 누적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5.9% 줄었다. 지난해(-0.6%)보다 감소 폭이 크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흔들리며 대미 수출 부진이 심화됐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과 자동차회사 파업 등의 여파로 지난달 미국으로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 자동차 수출은 25.7% 급감했다.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대표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진 데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에 따른 물류 차질 등 한국의 내부 요인으로 중요한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대미 수출은 전체 한국 수출의 약 13%를 차지한다. 중국에 이어 둘째로 비중이 크다.

한국 수출 13% 빅마켓 먹구름
휴대폰 등 40%, 자동차 26% 급감
“미·중 무역 갈등 땐 한국도 피해”

향후 대미 수출전선에도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새 미국 정부가 관세를 높이는 등 수입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개정을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전면 재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2017~2021년 5년간 총 269억 달러(약 31조원)의 수출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추산했다.

실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고 중국과도 ‘무역전쟁’을 벌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클로드 바필드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최한 ‘미국 신행정부 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트럼프 정부가 수개월 안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이어지면 그 사이에 낀 한국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이미 철회한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한국 정부에도 한·미 FTA를 재검토하자고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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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미 FTA가 상호 이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세미나에서 “한·미 FTA는 양국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켰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며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미국에 투자한 상위 12개 한국 기업이 지난해 3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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