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심판에만 180일…의원 200명 확보도 장담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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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00만 명 촛불집회’(12일)에서 “대통령 즉각 퇴진” 요구가 분출했지만 야권은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만은 꺼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김무성 의원)는 주장이 나왔지만 야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스스로 결단하는 하야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뿐 탄핵에 대해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야권이 합법적인 박 대통령의 퇴진이 가능한 탄핵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①“아직 법적으론 미흡”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14일 “탄핵은 헌법에 대통령이 직무수행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장에 명백하게 나와야 한다”며 “우리가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지적하지만 (박 대통령이) 실정법에 위반되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호영 법률위원장도 “대통령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추진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이 “검찰의 (최순실씨)공소장에 대통령의 범죄가 적시된다면 국회는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에 들어가는 책무를 안게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②“29명이 부족해”

탄핵안을 가결하려면 의원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전원이 탄핵에 찬성해도 새누리당 의원 중 29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야당으로서는 새누리당의 비박계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에서 비박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50여 명이지만 이들 모두 탄핵안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탄핵을 주장했던 김무성 의원 측도 이날 “당내에서 탄핵 흐름을 주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의원도 탄핵 추진에 부정적이다.

③“헌재가 보수적”

탄핵이 효력을 가지려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필요하다.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도 헌재가 기각하면서 무효가 됐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탄핵이 어려운 이유 세 가지’ 중 하나로 헌재의 구성을 들었다. 9명 중 6명의 재판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새누리당 측에서 추천했기 때문이다. 안호영 법률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헌재로 탄핵안을 가져가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④“탄핵까지 변수가 많다”

국회가 당장 탄핵을 추진해도 국회 통과 절차와 헌재의 심판(180일)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는 지나야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의 실제 임기는 반 년가량 남은 시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으로서는 시간을 버는 셈”이라며 “그사이 북한 도발 등 또 어떤 정국의 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헌재에서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엔 야권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입장에서도 변수가 많은 탄핵보다는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쪽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황교안 국무총리가 국정을 맡게 된다는 점도 야권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당장 시작해도 내년 상반기 결론
여당 일부도 찬성해야 국회 통과

유성운·최선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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