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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비|생사 가름하는 공기유통기간(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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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몸은 외계로부터 산소를 공급 받고 체내대사활동의 결과로 생긴 탄산가스를 배출하여 가스교환, 이른바 호흡을 영위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숨을 쉰다」는 것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로서 이일을 담당하고 있는 곳이 폐 (허파) 다.
좌우 한쌍으로 된 폐는 갈비뼈라는 바구니속에 심장을 좌우에서 감싸듯 들어앉아 있다. 길이는 대략 25cm정도로 모양은 원추형이며 우폐가 전체 용적의 55%를 차지한다.
또 우폐는 상·중·하엽등 세부분으로, 좌폐는 상·하엽으로 나눠지며 폐를 갈라보면 스펀지 같은 조직사이에 크고 작은 기관지와 혈관들이 무수히 뒤엉켜있다.
기관에서 갈라져 폐로 들어간 기관지는 20∼27번이나 두갈래로 나눠지면서 가지를 쳐 나가는데 접해 있는 혈관으로 들어가 적혈구내의 혈색소 (헤모글로빈)와 결합함으로써 심장 (우심실)을 거쳐서 온 탄산가스가 많은 정맥피가 산소가 많은 동맥피로 바뀌게 된다.
가끔 연탄가스 중독사고를 보게되는데 이것은 연탄가스속의 일산화탄소가 혈색소와 결합하는 능력이 산소의 2백배나 강하기 때문에 일산화탄소가 혈색소와 먼저 결합해버려 결과적으로 산소가 결합을 못해 산소부족으로·중독이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들여마시는 흡기의 조성은 산소가 21%, 탄산가스가 0.03%인데 반해 내쉬는 호기에는 산소가 14∼17%로 줄어있고 탄산가스는 3∼5%로 늘어나 있는 것은 이러한 가스교환의 결과다.
폐는 심장과는 달리 자체운동능력 (근육)이 없기 때문에 갈비뼈와 횡격막의 운동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숨을 들여마실 때에는 가슴속이 넓어지면서 공기가 들어가고 내쉴때는 횡격막이 올라가면서 가슴속이 좁아져 폐가 수축되어 공기가 빠져나온다. 휭격막이 마치 풀무질을 하는 것과 같다. 폐에 담을 수 있는 최대의 공기량을 폐활량이라 하는데 성인남자의 경우 약5천cc며 숨을 완전히 내쉰후에도 잔기량이라하여 약1·4ℓ정도가 남아있다.
안정된 상태에서는 1회 환기량이 5백cc정도로 폐활량의 10%밖에 안되지만 운동이나 노동으로 산소가 부족해지거나 체온이 상승하면 호홉량이 증가하도록 되어있다.
안정시에는 호흡량이 분당 1.0∼1.5ℓ 정도며 운동시에는 7∼10ℓ로 증가하는데 산소 소모량으로 따지면 안정시는 분부 3백cc에서 운동시에 2천cc로 증가하게 된다.
호흡을 조절하는 기관은 뇌의 연수에 있는 호흡 중추로서 순간순간 변하는 조직세포의 산소농도와 탄산가스농도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명령을 내린다. 운동으로 산소소모가 많아지면 호흡량이 증가하고 잠잘때는 산소소모가 줄어들어 호흡량이 떨어지게 된다.
폐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외계와 항시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숨쉴때마다 외부의 먼지나 세균이 공기와 함께 흡입되어 폐에는 병도 잘 생긴다.
폐암이 기관지의 갈라지는 분지부에 갈 생기는 것도 이곳이 나쁜 공기에 많이 접촉되기 때문이며 광산 종사자등에서 많이 보는 진폐증도 분진 때문에 폐포와 혈관사이의 막이 두꺼워져 확산, 즉 가스교환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는 허교수의 지적이다.
이때문에 폐에는 청소를 해내는 방어기능이 잘 준비되어 있는데 이물질의 크기에 따라 상기도 또는 기관지나 세기관지에 달라붙은 것들이 섬모운동에 의해 배출된다. 대개 침착물의 90%이상이 2시간이내에 제거될 정도로 청소기능이 뛰어나다.
가래라는 것은 이러한 유해물질의 덩어리로 삼키지말고 무조건 뱉는 것이 좋다. 간혹「가래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나 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삼키기 때문이다.
기관지를 통과한 아주 작은 먼지나 가스는 폐포에까지 도달해 백혈구나 대식세포에 의해 제거되며 이들 세포는 세기관지로 이동되어 섬모운동에 의해 제거되거나 폐포와 모세혈관사이의 간질조직으로 들어가 임파계를 통해 제거된다.
아주 깊이 들어간 것들은 수주∼수년간 제거되지 않는 수도 있다.
기침이라는 것도 폐의 방어작용의 하나로 간혹 기침을 그치게 하는 진해제를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으나 마른 기침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홉연이 폐에 미치는 영향은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를 비교해보면 알수 있다.
서울대의대 흉부외과 김주종교수 (폐외과학) 는 폐의 표면은 어릴때는 밝은 핑크빛을 보이나 성인의 경우는 오염공기등으로 검은 점들이 여기저기 생기게 되는데 흡연력이 긴 사람일수록 더욱 시커멓게 변해 있다고 말한다.
김교수는 그러나 금연후 5년이 경과하면 변형된 세포가 회복되고 초기암의 발생률도 줄어든다고 강조하고 그렇잖아도 폐는 나이가 들면서 탄력성이 줄어들어 호흡능력이 떨어지고 방어능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가능한 깨끗한 공기를 마시도록 금연을 강조한다.
폐의 고마움은 아파봐야 알 정도로 일반적으로 너무 무시되고 있다는 얘기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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