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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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도사 김형모씨가 발행하고 있는 『십대들의 쪽지』에 보내온 10대들의 고민은▲이성문제▲가정문제(부모불화·가난) ▲삶의 방법▲친구문제▲성적과 공부▲선생님과의 관계 순.
최근 서강대 생활상담실 최해림씨가 한국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그들의 스트레스 원인 또한▲환경▲자신▲친구 ▲학교생활▲가정생활의 순이다.
즉 발달심리학에서 얘기하는 청년기 (고교), 후기청년기 (대학) 의 주된 고민이 성적과 공부를 제외하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입학하면 그때부터 대입준비라는 중압감에 시달리게되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고교 3년간은「인간관계의 공백기」인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나 가정에서 공부만을 강조하다보니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뒷전으로 밀러나 피할수없이 부딪치게되는 친구 (이성·동성), 부모와의 관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라고 서울 청소년지도육성회 정철희 홍보실장은 얘기한다.
부모들은 고교때는 공부만 해라, 대학만 들어가면 그때 얼마든지 좋은 친구를 사귈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관계는 사귀고 화해하는 등의 기술이 필요해서 일찍부터 훈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입시지옥에서 풀려나 낭만과 학문의 전당으로 동경하던 대학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면 아직도 한국에서는 남녀교제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이성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막연한 압박감 (?) 까지 느껴 서두르게 된다.
그러나 동성친구도 그렇지만 특히 이성친구의 경우는 건전한 취미나 전공별등의 클럽이나 모임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혜성교수(이화여대·교육심리학)는 얘기한다.
『청년기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은 부모, 그중에서도 어머니와의 관계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서봉연교수 (서울대·발달심리) 는 이같은 갈등의 양상은 특히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의 경우가 더욱 심하다는것.
독립된 인간으로 서려는 몸부림과 욕망에 시달리는것이 고교연령층의 특성인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고 어머니는 일방적인 공부강요로 일관하니까 가치관이나 의견대립 이전에 아예 어머니를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배경이 전혀 다른 세대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함께 책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는등 공동경험을 쌓고 대화로써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모나 자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서교수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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