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중소기업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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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고용허가제가 통과되자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따른 부담까지 늘어나면 경영 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나 불법 체류자 대부분이 3D업종에서 일하고 있어 해당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걱정했다.

서울 구로동의 G출판인쇄업체 사장은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야간수당 등을 합쳐 한달에 1백20만원가량을 받고 있는데 고용허가제 도입으로 추가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면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다"고 한숨을 지었다.

산업연수업체협의회 한상원 회장은 "중소기업에 사망선고를 내린 날"이라며 "정부가 국내 근로자들의 실업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면서 외국인에게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신분을 주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고 지적했다.

한 회장은 "산업연수생을 쓰는 업체가 일손이 모자라 급한대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쓸 경우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산업연수생의 임금을 올려주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중소기업의 경영이 한계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전자제품 외장재를 만드는 피닉스전자부품의 김재기 사장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 임금 부담이 지금보다 30%가량 늘어나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 등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계획을 이미 짜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고용허가제 법안 통과로 인력공백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있다. 법무부는 이번 국회에서 고용허가제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오는 9월부터 22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실시해 강제 출국시킨다는 계획이었기 때문.

기협중앙회에서 외국인 산업연수생 업무를 총괄하는 이재범 처장은 "차제에 정부가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후속 조치를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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