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소비재 수입은 넘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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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승용차.의류 등을 중심으로 한 소비재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소비재 수입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5.7% 늘어난 1백8억2천2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인 지난해 하반기의 수입액(1백8억9천4백만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소비재 수입액이 처음으로 2반기 연속 1백억달러대를 넘어섰다.

소비재 수입은 1996년 상반기에 1백억달러를 돌파한 뒤 환란 직후인 98년 상반기엔 60억달러 수준으로 급감했었다.

품목별로는 가전제품.승용차.냉장고.가구제품.골프용품 등 내구 소비재 수입이 43억8천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3% 늘면서 97년 하반기(52억1천2백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기에 의류 등 비내구 소비재(20억3천만달러)와 축산물과 음료.주류, 과일 등 직접 소비재(30억달러어치)도 환란 이전 수준을 넘어서거나 비슷한 수준까지 근접했다.

최근의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소비재 수입이 늘어난 것은 소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산 제품보다는 외제 고급제품이나 중국산 저가 의류 등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본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올 상반기에는 3백25억5천만달러가 수입됐으나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원부자재 등의 수입이 많아 아직 설비투자 회복의 징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무역 규모가 커지면 수입도 증가하지만 생산.투자와 관련 없는 소비재의 수입이 계속 늘어나면 무역수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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