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우리 쪽 사람” 작은 광고사에도 입김

중앙일보

입력 2016.11.10 01:27

업데이트 2016.11.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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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 쪽 사람이다.”

2년 전 채용 포스코 자회사 전 대표
당시 정윤회와 친분 소문 나돌아
정치 바람 취약 포스코도 책임론

2014년 초 포스코는 청와대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권오준(66)씨가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된 상태에서 자회사인 종합광고대행사 포레카의 대표로 김모(46)씨가 추천됐다. 포스코는 김씨가 누구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알아본 결과 청와대로부터 이런 답변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포레카의 대표로 채용됐고, 권 회장과 같은 시기인 2014년 3월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조그만 광고회사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고, 포스코는 거기에 휘둘렸다.

포레카 임원으로 근무한 A씨는 “김씨는 오자마자 ‘권오준 회장과 이미 교감했다’며 직원 30% 감축 등을 미래 성장전략으로 내놨다”면서 “최순실씨의 전남편인 정윤회씨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부터 화두가 된 ‘순혈주의 타파’를 위해 헤드헌터 를 통해 외부 인사를 영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를 추천한 업체는 “공개할 수 없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채용 과정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차은택(47)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홍탁(45) 더플레이그라운드 대표와 함께 청와대를 등에 업고 포레카를 뺏으려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포레카는 2014년 말 포스코가 계열사에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매각 대상이 됐고, 한상규(62) 컴투게더 PRK 대표가 인수했다.

지분 강탈 사건에 대한 양측 주장은 엇갈리지만 광고업계에선 김씨가 포레카 대표로 남기 위해 투자자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밀실거래’를 추진하다 틀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가 진행되던 중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물주가 나타나자 한 대표가 등을 돌려 거래가 깨졌다는 것이다. 지분 강탈 시도와 협박의 사실 여부를 떠나 김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정보를 인수 희망자에게 유출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포레카 매각 이후 김씨는 포스코경영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최근 퇴직했으며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포레카 사태에서 모 회사인 포스코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등 정치 바람에 취약해 청와대 쪽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러다 보니 많은 결정엔 경영적 판단보다 정치적 계산이 우선순위에 놓인다. 포레카 매각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지만 정치 공세 비난 피하기에 급급해 서둘러 진행했다.

포레카가 분리된 후 퇴사한 한 직원은 “컴투게더는 포레카를 인수한 당일 회사를 담보로 15억원을 대출해 회사 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했고, 두 달 뒤엔 1년 고용승계 약속을 어기고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직원들의 고용안정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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