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도움 받았나”에 “검찰서 답변할 것” 부인 안 한 차은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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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0·구속)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CF 감독)씨가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공항 입국장과 서울중앙지검 등 세 번에 걸쳐 이뤄진 일문일답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울먹이다가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화려한 의상과 독특한 디자인의 안경을 즐겨 쓰던 그간의 차림새와도 확연히 달랐다. 차씨는 오후 10시18분쯤 인천공항 D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남색 코트에 검은 스웨터, 검은 야구모자를 눌러 쓴 차림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검찰 수사관 두 명이 차씨의 양팔을 꽉 붙들고 서 있었다. 팔목에는 수갑이 채워졌으나 옷으로 가려졌다. 앞서 검찰은 10시10분쯤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귀국 직후 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된 차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귀국 직후 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된 차씨가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차씨가 입국장에 나타나자 취재진 수십 명이 그를 둘러쌌다. 차씨는 긴장한 듯 “한마디만 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5~6초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청사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전 3분간의 인터뷰에서 “죄송하다”는 말을 10여 차례 했다. 고개를 떨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중국 칭다오서 밤 비행기 타고 입국
수사관이 체포해 중앙지검 데려가
“박 대통령 개인적으로 만난 적 없어”
국정 농단 거론에 “깊이 반성” 눈물

차씨는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물의를 일으켜 너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대답하겠다”고 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몰라 혐의와 관련된 질문엔 답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검은 안경테 등은 변호인의 코치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차씨가 검찰청사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 밖에 마련된 차를 향해 이동하자 그를 쫓아가려는 기자들과 검찰 관계자, 시민들이 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차씨를 따라가면서 ‘죽여라’ ‘모자 벗겨라’ 며 고함을 지르고 야유했다.

다음은 차씨와의 일문일답.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나.
“검찰 조사에서 대답하겠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최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연락한 적 있나.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
국정 농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심으로 물의를 일으켜 너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울먹거림)
안종범 전 수석은 알고 있나.
“그냥 조금 알고 있을 뿐이다.”
안 전 수석과 통화하거나 만난 적 있나.
“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데 재단과 관련, 논의했나.
(떨리는 목소리로)“전혀 그런 일 없다.”
우 전 수석과 아는 사이인가.
“(울먹이며) 아니다. 많은 분들께 심려 끼치고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받겠다. 믿어 달라. 모든 국민께 죄송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인가.
“검찰에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적 있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 번 뵀다.”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전혀 없다.”
독대한 적 없나.
“정말 없다.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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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차씨 상대로 뭐 조사하나=우선은 정부기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가 2014년 문화융성위원에 위촉된 뒤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59) 홍익대 영상대학원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외삼촌인 김상률(56)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임명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두 재단은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연결 고리로 53개 대기업으로부터 774억원을 모았다. 포스코그룹이 광고계열사 포레카를 2015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송성각(58) 전 콘텐츠진흥원장, 안 전 수석과 함께 중소광고업체를 협박해 지분을 뺏으려 한 혐의(공동 강요)도 드러나 있다.

글=채승기 기자, 인천=함종선 기자 che@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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