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4% 올랑드 기밀 누설 이유 탄핵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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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른바 선진국의 국가 수장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보인 이가 있다. 바로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사진) 대통령으로 지난달 말인 최근 조사에서 4%를 기록했다.

『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
대담집에 암살명령 발동 등 언급
야당 의원 발의, 검찰 수사도 요청

그런 그가 이번엔 탄핵 위기에 처했다.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야당인 공화당의 피에르 를루슈 의원이 헌법 68조를 근거로 의회에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이 르몽드 기자 2명과의 대담집인 『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에서 네 건의 암살 명령을 발동한 사실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본거지를 파괴할 계획을 세웠다는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같은 당 에리크 쇼티 의원도 같은 이유로 올랑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었다.

실제 탄핵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탄핵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최소 석 달이 걸리는데 내년 5월이면 새 대통령이 뽑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선 다만 “올랑드 대통령의 재선은 물건너갔다”고 분석했다.

사실 올랑드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 거처인) 엘리제의 유령”이라고 한탄할 정도로 인기가 없긴 했다. ‘(1958년부터인) 5공화국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이’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또 본인의 최저 지지율 기록을 본인이 경신하곤 했다. 2014년 초 현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20%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내걸었던 사회당 공약을 백지화하고 우향우하면서 오랜 지지층을 등 돌리게 하면서다. 부유세가 대표적이었다. 여기에다 파트너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와의 요란한 결별도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2014년 11월엔 12%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이듬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발생하면서 반짝 지지율이 반등, 40%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번 지지율 추락과 탄핵은 오로지 그의 탓이란 게 언론들의 분석이다. 대담집 제목(『대통령이 이걸 말하면 안 되는데』)대로 할 말 못할 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국가기밀만 문제가 된 게 아니었다. 사법부는 물론 사회당 동료들에 대해서도 험구했다. 특히 사회당 중진을 두곤 “(자신과 같은 엘리트 교육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랫동안 그를 두둔했던 마누엘 발스 총리마저 “부끄럽고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후 8통의 사과 편지를 써야 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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