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한참때’는 어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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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나이가 들면 미래 기억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과거 기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한참때는 힘깨나 썼지!”와 같이 과거 일을 자꾸 얘기하는 건 정신적 노화의 증거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얘기하는 ‘한참때’는 어떤 시기를 의미할까. 위에서는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했던 시기를 나타내는 말로 ‘한참때’를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한창때’가 바른말이다.

‘한창때’를 ‘한참때’라고 잘못 쓰는 이유는 ‘한창’과 ‘한참’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고, 가장 활기차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를 이르는 단어는 ‘한창’이다. “한창 붐빌 시간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처럼 쓰인다.

‘한창’은 “코스모스가 한창 곱게 피어 있다”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에서와 같이 부사로 쓰이기도 하고, “요즘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이 지역에는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가 많다”에서처럼 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참’은 “한참 동안 너를 기다렸다”에서와 같이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을 나타내는 명사로 쓰인다. “한참 난투극이 일어났다”에서와 같이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을 의미하는 부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제 그는 너보다 한참 높은 자리에 있다”에서처럼 수효나 분량, 정도가 일정한 기준을 넘을 때도 ‘한참’을 쓸 수 있다.

‘한창’은 특정한 어떤 때(가장 왕성한 시기)에, ‘한참’은 시간의 흐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면 둘을 구분하기가 쉽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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