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이런 당에 반기문 오겠느냐" 발언, 미묘한 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을 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반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사퇴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이 완전히 버림받게 생겼는데 이런 당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오겠느냐. 누가 오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기사

그는 이날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딸 결혼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말까지 현 지도부가 버티고 반 총장이 내년 1월 비대위원장으로 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반 총장이) 비대위원장을 하겠느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5일 "당이 이런 식으로 망가지면 (반 총장이) 오고 싶어도 못 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당이 쇄신해야 한다는 일반론적인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 원내대표는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인 데다, 과거 기자 시절부터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친반' 인사로 꼽힌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 반 총장이 여당이 아닌 '제3지대'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5%로 추락하고, 새누리당도 직격탄을 맞아 지지율이 2위로 떨어진데다 내홍까지 겪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굳이 새누리당을 택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리얼미터)에서 반 총장은 전주 대비 4.4% 포인트 하락한 16.5%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20.9%)에 이어 2위에 그쳤다.

반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