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거진M] 후원금 모금에 영화 제작까지? 할리우드식 정치 참여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미국 대통령 선거일(11월 8일, 현지 시간 기준)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정 인종·계층을 향한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독재자”라는 비난에 성(性) 추문 사건까지 덮치며, 공화당 지지자들마저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2016 미국 대선, 스타들의 별별 대처 유형

현지의 여러 언론들은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할리우드 스타들도 분주했다. 두둑한 재력부터 타고난 재능까지, 다방면의 후원을 아끼지 않은 스타들의 대선 참여법을 타입별 해시태그로 들여다봤다. 지지 의지가 너무도 강한 나머지, 크고 작은 해프닝을 빚은 스타도 있었다.

#공개발언형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공개 발언’이다. 올해로 열아홉 살인 배우 클로이 모레츠는 지난 5월 내한 당시,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럼프의 공약에는 아예 외교 정책이 없다”고 비난하며 클린턴을 지지했다. 로버트 드 니로는 트럼프가 음담패설 녹음 파일 유출로 추문에 휩싸이자 “트럼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영리하게 ‘돌려 비난한’ 스타도 있다.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 시리즈(2012~) 출연진 등과 함께 만든 3분가량의 투표 독려 영상이 그 예. 특정 후보의 이름은 한 번도 거론하지 않지만, 유심히 들어 보면 “인종차별주의자·독설가·겁쟁이”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우리 사회가 영원히 망가질 것”이라 경고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마크 러팔로, 줄리앤 무어, 제임스 프랭코 등이 이 영상에 동참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 100만 표 이상을 움직였다’(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고 평가받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바빴다. 그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중대한 사건”이라 강조했다. 배우 벤 애플렉·샤를리즈 테론·리즈 위더스푼과 가수 비욘세·레이디 가가 등도 대표적인 ‘클린턴 지지파’다.

#재능기부형

“그 예측 불가능한 자는 멋대로 (핵폭탄) 버튼을 누를 수도 있어.” 래퍼 에미넴이 신곡 ‘캠페인 스피치(Campaign Speech)’에서 트럼프를 ‘디스’한 가사의 일부다. 자발적인 재능 기부로 후보 지지를 표명한 스타들 역시 적잖다. 가수 케이티 페리는 나체로 투표 독려 영상을 찍었다. 투표일의 상황을 코믹하게 엮은 것으로, 일어나자마자 잠옷 차림으로 투표장에 간 페리가 “투표장에 갈 때 복장은 신경 쓰지 말라”며 잠옷을 벗어던지는 내용. 결국 페리는 경찰에 연행되며 “내 잘못이다. 여러분은 반드시 뭔가를 걸쳐야 한다. 투표장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럼바인’(2002) ‘화씨 9/11’(2004) 등을 통해 공화당 저격수로 오래 활약해 온 마이클 무어 감독은, 지난 10월 트럼프 후보를 풍자하는 영화 ‘트럼프랜드의 마이클 무어(원제 Michael Moore in TrumpLand)’를 깜짝 공개했다. 미국 인기 TV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1975~, NBC, 이하 ‘SNL’)는 대선 특수를 맞아 초호화 캐스팅을 선보였다. 3차 대선 토론전을 패러디한 코미디에 배우 톰 행크스가 사회자 역, 알렉 볼드윈이 트럼프 역, 케이트 맥키넌이 클린턴 역으로 출연한 것. 이날 방송은 대선 토론전 당시 “부자 증세를 하겠다”는 클린턴을 두고 트럼프가 “추잡한 여성”이라 공격한 것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했다. 볼드윈의 연기가 화제에 오르자,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날 방송이) 구역질 났다”며 화냈다. 배우 조니 뎁도 트럼프 연기에 나섰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는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라 공공연히 비난해 온 그는, 인터넷 코미디영화 ‘도널드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제레미 코너 감독)에서 주연을 맡았다. 코미디 사이트 ‘퍼니 오어 다이(www.funnyordie.com)’가 트럼프의 동명 자서전을 패러디해 제작한 것이다.

#활동가형

10월 17일 미국 뉴욕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선 ‘힐러리를 지지하는 브로드웨이’라는 제목의 후원금 모금 행사가 열렸다. 배우 줄리아 로버츠, 휴 잭맨, 앤 해서웨이, 헬렌 미렌, 제이크 질렌할, 사라 제시카 파커 등 톱스타가 총출동해 노래와 춤·강연 등을 펼친 자리. 이날 입장권 1300장은 전량 매진을 기록했고, 후원금은 무려 230만 달러(약 26억원)에 달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CEO 제프리 카젠버그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올해 3월까지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원)씩 기부했다. 배우 조지 클루니는 지난 4월 지나친 고액 후원금 모금 파티를 열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LA 자택에서 커플당 최대 35만3400달러(약 4억원)의 입장료를 받아, 하루 만에 총 1500만 달러(약 171억원)를 모은 것.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지난 8월 자택에서 클린턴 후원 행사를 열었다.

돈을 모으는 대신 몸으로 뛴 스타도 있다. 백악관 정치를 다룬 TV 인기 드라마 ‘웨스트 윙’(1999~2006, NBC) 출연진은 오하이오주(州)에서 열린 클린턴 유세 행사에 참여했다. 가수 겸 배우 마일리 사일러스는 트럼프가 미국 유명 여성 사냥꾼 레베카 프랜시스와 사자를 사냥한 후 찍은 사진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동물을 위해서라도 ‘이 사람(트럼프)’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며 혐오감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조지메이슨대학교에 방문해 기숙사 방방마다 노크하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클린턴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클린턴에게 거금을 후원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고향인 테네시주에서 10월 24일 사전 투표하며 기표기 옆에서 기쁨의 ‘인증샷’을 찍었다가, ‘투표소 내 촬영 금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기사 이미지

미국 ‘SNL’에서 트럼프를 패러디한 알렉 볼드윈

기사 이미지

‘힐러리를 지지하는 브로드웨이’ 후원금 모금 행사

기사 이미지

대학 기숙사에서 투표 독려에 나선 마일리 사일러스

#햄릿형 #엉뚱파

기사 이미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도 트럼프의 과격 발언에 난처해진 상태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된 오스트리아 출신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인스타그램에 “1983년 미국 시민권 취득 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알렉 볼드윈은 한 대선 투표 홍보 영상에서 “만화 캐릭터 찰리 브라운이 후보로 나온다면 기꺼이 표를 던지겠다”는 엉뚱한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I♡트럼프

기사 이미지

[로이터=뉴스1]

문전성시를 이룬 클린턴 진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소하지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스타도 존재한다. 프로 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과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은 앞장서 트럼프(사진)를 옹호했다. 호건은 트럼프와 함께 부통령이 되고 싶은 속내까지 드러냈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이자 공화당 지지자인 배우 보이트는 트럼프를 비난한 드 니로에 대해 “미국을 위해 써 온 대통령 후보에게 못할 말을 한 동료가 창피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무능을 꼬집어 온 열성 공화당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역시 “트럼프의 언사는때때로 멍청하지만, 가끔 이해할 수 있다”고 두둔하며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