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문고리’ 정호성 붙잡은 검찰…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자료 줬나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기사 이미지

지난 3일 긴급체포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4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체포 소식에 여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이기에 소환 통보→출석 시기 조율→검찰 출석 등을 예상했지만 검찰은 3일 밤 11시30분 그를 곧바로 체포해 조사실로 데려왔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체포를 시작으로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의 비리 의혹 수사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최씨 청와대 출입 개입 여부도 추궁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정 전 비서관을 긴급체포한 혐의는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60·구속)씨에게 2012년 6월~2014년 3월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경제 관련 청와대 문건을 무더기로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0여 개의 청와대 문서 파일이 저장된 최씨의 태블릿PC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 이 중 일부 문건의 작성자 아이디가 정 전 비서관의 아이디인 ‘narelo’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연설문을 유출하게 된 경위,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보고 자료를 수정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외에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도 함께 보고 있는데 (법 적용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 전 비서관과 최씨에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외교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처벌받게 되더라도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최순실)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 최씨를 공범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기록물법은 완성된 기록물(연설문, 외교·국방문서)이 유출됐을 때 문제 삼기 때문에 최씨에게 건너간 기록물이 완성본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이 매일 밤 청와대 보고 자료를 최씨 사무실로 들고 갔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는 거의 매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 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비서관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실제 비선 모임이 존재했는지를 캐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최씨가 청와대를 공식 출입증 없이 오가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박 대통령과 최씨의 ‘청와대 독대’를 관장했는지 등도 수사 대상이다. 정 전 비서관이 일한 청와대 부속실은 관저 관리부터 시작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당한다.

글=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