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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박정희 동상? "여기가 북한인가" 여론 싸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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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은 3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려는 데 대해 "박정희 우상화는 김일성 우상화 흉내내기요, 이것이야말로 종북"이라고 비난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추진위 출범식을 열고,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여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내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범식에는 한광옥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정홍원 전 국무총리,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박근혜 정부의 전직 고위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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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정한 존경은 동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정한 효도는 부모를 욕되게 하지 않는 것이 근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꾸짖었다.

그는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영남학원, 한국문화재단, 한국민속촌, 설악산 케이블카 등 박정희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만 1조원에 이른다는 주장까지 있다"며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의 주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빈의 정신이 절실하다는 것인데 소가 웃을 노릇"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이런 축재를 한 대통령이 또 있는가. 그것도 모자라 희대의 사이비교주 최태민 일가에게도 수천억원의 재산을 만들어 준 인물에게 청빈의 정신이 가당키나 한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를 이용해 작금의 위기를 넘겨보려 한다면 그것은 허망한 개꿈일 뿐이요, 남아있는 박정희 향수마저도 없애는 크나큰 불효를 저지르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도 싸늘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공동대표 인명진 목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 정신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함부로 세울 것이 아니다"라며 "이 분들이 다 그래도 이름 있으신 분들인데, 신문도 안 보시는지"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 광장에 세우겠다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도 '이 와중에 박정희 동상 운운하는가. 국민적 분노를 어디까지 증폭시키려 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급의 위인인가' '지금이 1970년대인 줄 아는가. 이래서야 북한 우상화를 비난할 수 있겠나' 등의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광화문 동상 건립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내부 논의와 시민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두 분 다 우리 역사를 대표하고, 모든 국민이 존경하는 위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 광장에 세우려면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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