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법인세 1%라도 낮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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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30일 대기업이 투자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요구해 왔던 법인세 인하의 수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盧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과학장학생 격려 다과회에서 "실제로 법인세를 낮추는 게 투자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간에 전 세계에서 기업하는 사람이 활동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법인세율을 갖고 고려한다면 정부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盧대통령은 "지금까지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이 갖고 있던 생각은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형평의 문제에 어긋난다고 해 반대해온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한국이 다른 국가와 (기업투자 유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마당이라면 (법인세율을) 1%(포인트)라도 유리하게 해줄 수밖에 없다"며 "실제 (법인세 인하가) 어떤 도움이 되느냐보다는 기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법인세율 인하 조치의 구체적 시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권력은 점차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고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기업이 제약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정책에 의해 정부의 정책이 움직여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盧대통령은 지난 3월 재경부가 법인세 인하를 처음 거론했을 당시 "조세 형평이 후퇴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줄곧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었다.

윤태영(尹太瀛)대변인도 "盧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지금 당장 법인세 인하를 한다거나 그런 것을 시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보충 설명을 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의 입장 변화로 법인세 인하는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이미 한나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 법인세를 1~2%포인트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수 부족을 이유로 올해 법인세 인하에 난색을 표했던 재정경제부도 법인세 인하를 보다 적극적인 방향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최훈.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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