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식객의 맛집] “이태원 사랑방… 약속 없이 찾아가도 친구들 다 만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 디자이너 요니 P(배승연)의 ‘파르크’

한식·서양식 장점 결합한 ‘한끗’있는 식당
패션위크 방문한 외국손님 접대에 안성맞춤
매일 달라지는 메인요리, 혼밥족에게도 추천

기사 이미지

4년 전 사무실과 매장을 처음 냈던 동네가 서울 이태원이다. 지금이야 이태원에 별별 핫플레이스가 다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그곳 식당은 완전한 양극화 상태였다. 아예 우아하거나, 아니면 아예 소박하거나-. 코스에 와인까지 제대로 챙겨야 할 것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 다른 편엔 타코·케밥으로 대표되는 간이 음식이 있었다. 한식은 더했다. 상다리 부러지게 쫙 펼쳐지는 한정식과 허름한 골목길 부대찌개·삼겹살 식당이 공존했다.

매일 끼니를 때워야 하는 나같은 ‘직장인’으로선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나름 남다른 스타일과 감성을 추구한다는 패션 디자이너 아닌가. 아무리 동네 밥집이라지만 배만 채우는 걸로 끝이 아닌 한끗 다른 식당이 필요했다. 나도 나지만 일부러 발걸음을 하는 손님들을 어디로 안내해야할지, 매번 어려운 숙제를 푸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차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돼 준 곳이 ‘파르크’였다.

기사 이미지

모던한 분위기와 깔끔한 맛에 반했다는 요니 P.

나를 비롯해 직원들 모두 ‘맛집 레이다망’을 켜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 ‘실장님, 한식집이 새로 생겼어요!’라며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듯 의기양양하게 알려왔다. 발걸음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기대를 안고 찾아간 파르크는 한식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마치 카페처럼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음식도 간단했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사각의 큰 쟁반에 나오는 상차림부터가 새로웠다. 메인 요리와 밥과 국, 그리고 일인용 반찬들이 마치 한식과 서양식의 장점만 조화롭게 이용한 모양새였다. 그 개별 밥상 덕에 평소 음식을 남기기 싫어 과식하는 내 몹쓸 습관이 사라졌다.

매일 달라지는 메인 요리는 채소·해산물·육류 중 하나를 고르게 되는데,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여럿이 같이 밥을 먹다보면 식당은 물론 메뉴 선택에 100% 만족이란 없는 법. 하지만 이 집에 가면 가능했다. 각자 먹고 싶은대로 먹으면 될 뿐이었다.

기사 이미지

두부마늘간장조림처럼 채식주의자 요리가 따로 있다.

채식주의자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도 서로 눈치 볼 필요 없이 이곳을 예약했다. 특히 요즘같은 서울패션위크 전후엔 외국 손님들과 발걸음을 하기에도 좋았다. 한식이되 너무 무겁지 않은데다, 잘 모르는 이들의 식성을 신경쓰지 않고 메뉴를 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메뉴가 매일 바뀌다보니 미리 어떤 것을 먹겠다고 작정하고 갈 순 없지만 자주 다니다보면 같은 음식을 다시 맛 볼 경우가 생긴다. 내 입맛엔 강원도 오징어볶음과 제주더덕에 새송이버섯 구이가 메뉴판에 올라올 때가 가장 행복했다. 오징어볶음은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스트레스를 풀 정도의 알싸함에 중독성이 있었다. 제주더덕은 간장소스와 매콤소스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늘 후자였다. 소스가 졸아든 정도에 버섯의 궁합이 최상이라, 평소 잘 먹지 않는 버섯을 파르크만 가면 제일 먼저 찾았다. 보통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로 만든 한식을 먹고 나면 입이 텁텁해지곤 하는데 이 집은 버섯 덕분이지 그런 ‘뒤끝’이 없었다.

나만 파르크 같은 건강한 집밥에 목매는 게 아니었는지 약속을 안 했는데도 그곳만 가면 지인들을 만났다. 그러다보니 주인과는 아는 사람이 겹쳐 이런 인연으로 패션쇼에 초대하기도 했다. 이런 편안한 분위기 덕에 사무실을 가로수길로 옮긴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곳을 찾는데 여전히 전혀 질리지 않는다.

저녁에는 이곳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조명도 조금 어두워지고 음악도 분위기 있게 깔리면서 와인 한 잔 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 안 가본 사람이라면 점심을 우선 권하고 싶다. 열린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점심 시간에 가서 밥을 먹으면 몸도 더 건강해지는 것 같고 여유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혼밥이라면 더욱 더!

파르크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743-1 (이태원로55가길 26-5)
● 전화 : 02-792-2022
● 영업시간 : 금·토 오전 11시30분~오후3시30분, 오후5시30분~11시, 화~목·일 오전 11시30분~오후3시30분, 오후5시30분~10시(월 휴무)
● 주차 : 도보 1분 거리 ‘테이스팅 룸’에서 발렛
● 메뉴 : (저녁) 1만2000~2만7000원 (점심) 9700~1만3000원 드링크: 몽키토닉/몽키슬로리모나타(1만5000원), 안동소주(잔 2000원, 병 8000원), 소주와인 ‘셰리’(잔 1000원, 병 5000원), 하우스와인(잔 8000원, 병 4만2000원), 와인 7종(4만9000원~18만5000원)

이주의 식객

기사 이미지
요니 P
패션 디자이너. 남편과 함께 브랜드 ‘스티브 J 앤 요니 P’를 이끌고 있다. 금발 염색과 진한 아이라인, 유럽식 감성의 독창적  디자인은 그만의 시그니처 스타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