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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찬바람에 ‘으슬으슬’ 뜨끈한 노천탕에 푹~ 담가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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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온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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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온천 왕국이다. 일본 열도 전역에 온천수가 샘솟는다. 일본을 이루는 4개의 큰 섬 중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서부터 심지어 따뜻한 남쪽 나라 오키나와(沖繩)에도 온천이 있다. 일본 전역에 원천만 1만6000여 개가 있고, 그중 3000개가 넘는 온천이 개발됐다. 온천 여행지로 역사가 깊은 벳푸(別府), 아기자기한 상점가가 있는 유후인(由布院) 등 우리에게 친숙한 온천 여행지도 있지만 일본 소도시 구석구석에는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온천 명소가 많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이 계절, 뜨끈뜨끈한 온탕에서 목욕을 즐기며 아름다운 풍광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일본 온천 여행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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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스키 온천 - 후끈한 ‘모래찜질’로 피로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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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鹿兒島)현은 일본 47개 현 중에서 원천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원천에서 샘솟는 온천 용출량은 일본 내 3위다. 가고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물’이 아니라 ‘모래’로 들어가는 온천, 이부스키(指宿) 온천이다. 온천 열로 달군 모래를 온몸에 덮어 뜨거운 열을 쐬는 입욕이라고 보면 된다. 모래 아래에는 섭씨 80도에 이르는 온천수가 지나간다. 모래 온도는 50도 전후다.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고 모래찜질을 하면 후끈후끈한 사우나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래 밖으로 얼굴을 내밀 수 있어 머리는 차갑고 몸은 뜨거운 상태가 된다.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적이다. 가고시마에는 해중 온천인 히라우치도 있다. 바닷가 근처의 바위틈에서 온천수가 솟는다. 만조에는 바다에 잠기고 간조에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구로카와 온천 - 온천 순례를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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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고 있는 활화산 아소산을 품고 있는 구마모토(熊本)현의 온천 마을이다. 인구 4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해마다 100만여 명의 여행객이 찾아올 만큼 온천 여행지로 명성이 높다. 구로카와(黑川) 온천 마을에는 30여 개의 크고 작은 료칸이 있는데, 마을 전체가 하나의 료칸처럼 보인다. 료칸 벽은 황토색으로, 기둥은 검은색으로 통일한 덕분이다. 동네의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해서 나무나 돌을 배치했다. 구로카와 온천 여행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로카와 관광안내소에서 온천 마패를 구입하는 것이다. 마패를 소지하면 료칸 중 세 곳을 골라 온천 순례를 다닐 수 있다. 삼나무를 잘라 만든 온천 마패는 기념품으로 남길 만하다.

유바라 온천 - 가족·연인과 ‘혼탕’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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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야마(岡山)현 오카야마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온천이다. 유바라(湯源) 온천 주변은 일본의 주요 철 생산지였다. 철을 다루는 마을로 노동자가 몰렸고, 노동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이 여러 곳 개발됐다. 15개의 원천에서 1분마다 6000ℓ의 온천수가 자연 용출되는데, 그 수질이 탁월해 ‘온천물로 병을 치유한다’는 뜻에서 ‘탕치(湯治) 온천’이라 불린다. 유바라 온천 마을의 명물은 유바라댐 하류에 있는 노천탕 ‘스나유(砂湯)’다. 24시간 무료로 개방하며 누구든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공공탕이다. 일본에서도 몇 남지 않은 남녀 혼탕으로, 여성은 원피스 형태의 욕의를 입고 목욕을 즐긴다. 욕의는 스나유 주변 료칸에서 빌려 준다.

기노사키 온천 - 유카타 입고 ‘인증샷’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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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고(兵庫)현의 온천 마을로,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쉐린(미슐랭)이 발행한 여행안내서 『미쉐린 그린가이드』는 기노사키(城崎) 온천 마을에 2스타를 선사하면서 꼭 들러 봐야 할 여행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기노사키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여행지로 유명하다. 아기자기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증샷’을 찍는 젊은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일본 여성이 꼽은 ‘유카타가 가장 잘 어울리는 온천 마을’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유카타를 입고 마을 구석구석을 활보해 이국적인 정취가 더해진다. 오사카(大阪)·교토(京都) 등이 있는 간사이 지방에 속해 있어, 간사이 여행 중 하루를 할애해 들러 봐도 좋은 곳이다. 오사카에서 기노사키까지 기차로 2시간30분 걸린다.

우나즈키 온천 - 협곡 열차 타고 알프스 온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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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는 스위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에도 알프스가 있다. 동해와 맞닿아 있는 일본 혼슈(本州)섬에 3000m가 넘는 고봉 26개를 품고 있는 산맥의 집합을 일본 알프스라 부른다. 일본 알프스 관광 거점이 도야마(富山)현이다. 알프스를 관통하는 산악 관광 루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를 품고 있다. 버스·로프웨이·케이블카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이용해 웅장한 대자연을 만날 수 있다. 알펜루트와 함께 늘 여행객이 모여드는 곳이 도야마 온천 마을 우나즈키(宇奈月)다. 일본 최고 깊이를 자랑하는 V 자 형태의 구로베 협곡 입구에 마을이 있다. 온천수가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옛 광부들이 타고 다니던 열차를 개조한 관광 열차를 타고 구로베 협곡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다.

하쿠바 온천 - 스키로 쌓인 피로, 노천탕서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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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長野)현 북서부 하쿠바(白馬)는 여름보다 겨울에 여행객이 몰리는 곳이다. 하쿠바 주요 여행 테마가 스키와 온천이기 때문이다. 하쿠바는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 때 스키 경기의 무대가 된 곳이다. 선수용 경기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해 수준급 스키 시설을 경험할 수 있다. 겨우내 슬로프에 3m 이상 자연설이 쌓인다. 겨울 레포츠를 즐긴 후 쌓인 피로는 온천에서 풀면 된다. 스키장을 갖춘 호텔은 대부분 온천 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하쿠바를 중심으로 근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코쿠다니 야생 원숭이 공원에 가 볼 만하다. 노천탕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일본 원숭이를 만날 수 있다.

구사쓰 온천 - 2015 일본 온천 100선 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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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온천에도 순위를 매긴다. 일본관광경제신문이 여행업·호텔업·언론사 종사자를 대상으로 해마다 온천 인기도를 설문 조사해 발표한다. ‘2015 일본 온천 100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합 순위 1위에 오른 온천이 군마(群馬)현 구사쓰(草津) 온천이었다. 구사쓰 온천의 인기 요인은 접근성이다. 대도시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30분이면 구사쓰에 닿을 수 있다. 주말이면 근교 온천 여행을 온 도쿄 사람으로 마을이 북적거린다. 온천 마을은 해발 1200m 고지대에 있다. 천천히 하이킹을 즐기면서 마을까지 올라가 온천욕으로 몸을 풀고 나면 개운함이 배가 된다. 200년 전 조성된 관광 거리에 기념품과 주전부리를 파는 작고 예쁜 상점이 많다. 마을 한가운데 유바다케라 불리는 원천이 있다. 수증기를 내뿜으며 유유히 흘러가는 원천 주변에 전망대가 있다.

에치고유자와 온천 - 함박눈 맞으며 ‘사케탕’에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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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新潟)현은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흰 눈(雪), 흰 쌀, 투명한 사케가 유명하다. 니가타의 눈은 책 한 권으로 유명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가 집필한 소설 『설국』의 배경이 된 곳이 니가타 온천 마을 에치고유자와다. 야스나리가 소설에 영감을 준 게이샤와 만났다는 료칸이 에치고유자와에 남아 있다. 11월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12월~2월에는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맞으며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온천으로 허기진 배는 니가타에서 생산한 쌀 고시히카리로 만든 밥으로 달래면 된다. 양질의 쌀로 빚은 사케도 유명하다. 사케 박물관에서 니가타산 사케를 시음할 수 있고, 몇몇 료칸은 온천수에 사케를 섞은 온천탕을 운영하기도 한다.

긴잔 온천 - 사계절 다채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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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타(山形)현을 관통하는 긴잔(銀山)강을 품고 있는 온천 마을이다. 강변의 수목이 계절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으로 물들어 사계절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긴잔강을 따라 줄지어 있는 료칸은 어스름이 내리면 하나 둘 등불을 밝히며 긴잔의 밤에 운치를 더한다. 긴잔은 지역 이름에 은(銀) 자가 있을 정도로 예부터 은 산업이 발달했다. 500년 전 은광에서 일하던 광부가 긴잔강에 솟는 온천을 발견하면서 온천 여행지로 개발됐다. 긴잔 온천은 신경통과 피부병 등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어 치료 목적으로 찾는 이들도 많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찾아오는 젊은 여성 여행객이 늘고 있다. 가을 단풍철에 특히 붐빈다.

뉴토 온천 - 신비스러운 ‘우윳빛’ 온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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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秋田)현은 2009년 방영된 SBS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병헌과 김태희가 데이트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 뉴토(乳頭) 온천 마을이다. 몇백 년의 내력을 자랑하는 고풍스러운 료칸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뉴토 온천 최고 명소는 ‘학(鶴)의 온천’이라 불리는 츠루노유(鶴の湯). 상처 입은 학이 온천물에 몸을 담근 뒤 상처를 치유하고 날아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온천수가 뽀얗고 푸른빛 색감을 띠는 덕분에 신비로워 보인다. 아키타현에는 뉴토 온천 외에도 가 볼 만한 여행지가 많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인 다자와호, 17세기 에도시대 형성된 무사 마을이자 일본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로 지정된 카쿠노다테 부케야시키가 추천 명소다. 긴 꼬치에 밥을 뭉쳐서 구워 낸 향토요리 ‘기리탄포’는 아키타현 여행에서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고마키 온천 - 설국 숲에서 고요한 ‘노천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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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靑森)현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눈의 왕국이다. 시베리아에서 시작한 바람이 우리의 동해를 건너면서 수증기를 잔뜩 머금었다가 아오모리 고지대에 부딪치며 어마어마한 양의 눈을 쏟아 낸다. 일본 최고 월별 적설량(1.11m)과 최고 월별 강설량(6.69m) 기록이 모두 아오모리에서 나왔다. 아오모리 온천 여행은 겨울이 적기다. 온천 여행지 고마키(古牧) 온천에서는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 후드득 쌓인 눈 떨어지는 소리, 사박사박 눈 내리는 소리만 울리는 숲에서 고요하게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 겨울 아오모리 여행 중 들러야 하는 곳으로 핫코다(八甲)산을 추천한다. 산꼭대기를 등지고 서 있는 ‘스노몬스터’가 장관을 이룬다. 수빙(樹氷)이라고도 불리는데 글자 그대로 얼어 버린 나무다. 그 모습이 괴물과 같다고 해서 ‘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노보리베쓰 온천 - ‘지옥 온천’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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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온천수 성분에 따라 온천을 9가지 종류로 나눈다. 약산성이나 약알칼리성을 띠는 단순천, 탄산가스를 포함한 탄산천, 짠맛이 나는 염화물천, 철분을 함유한 철천, 수소이온 농도지수가 ph 2~4인 산성천, 황산염이 주성분인 황산염천,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천, 미량의 라듐이 섞인 라듐천, 고릿한 냄새가 나는 유황천 등이다. 홋카이도 온천 여행지 노보리베쓰(登別)는 9종류의 온천을 모두 품고 있는 온천 파라다이스다. 다양한 온천에 몸을 담그며 효능을 시험해 보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노보리베쓰에서 가장 흔한 것은 유황천이다. 희멀건 온천수에서 특유의 유황 냄새가 난다. 분당 3000ℓ의 온천수가 쏟아져 나오는 원천 주변에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올라 지옥을 연상시킨다.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온천욕 체험자가 아니더라도 방문해 볼 만하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그래픽=김지은 kim.jieun1@joins.com
사진=중앙포토, 일본정부관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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