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추억의 '도레미송'… 빼어난 노래 앙상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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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나 '싱잉 인 더 레인'을 본 관객이라면 으레 "영화보다 낫네, 아니네"하며 기존의 동명 영화와 비교를 하게 될 것이다.

영화와 뮤지컬로 각각 잘 알려진 작품으로선 '타고난 운명'인 셈이다. 29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또한 같은 처지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의 폰 트랩 대령과 일곱명의 아이들, 가정교사 마리아의 사랑과 가족애, 그리고 당시의 사회상을 그렸다.

1959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첫선을 보였지만 우리에겐 줄리 앤드류스가 나온 영화로 더욱 친숙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영화를 재밌게 본 기억 때문에 뮤지컬에 대한 기대 심리도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잘 만들면 본전인 셈이다.

토니상.퓰리처상.그래미상.에미상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쓴 데다 60년대 최고 흥행을 했다는 이 작품이 2003년 한국의 대형극장에서 한국어 버전으로 열렸을 때의 성적표는? 본전치기는 했다. 잘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혜경(마리아 역).김성기(폰 트랩 역) 등 주역배우부터 앙상블까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일곱명의 아이들의 깜찍한 연기도 보는 즐거움의 하나였다.

그러나 관객을 부담스럽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무대다. 알프스 산이 손에 잡힐 것 같은 웅장한 배경, 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창, 폰 트랩 대령의 대형 저택 등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그런데 이런 최고의 무대가 오히려 작품의 아기자기함을 해친 꼴이 됐다. 무대가 너무 광활한 탓인지 배우들의 동선은 날렵하지 못했고, 위압적인 세트에 가려 연기와 노래는 왜소해졌다.

위로가 되는 것은 '더 사운드 오브 뮤직''도레미송''에델바이스' 등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를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반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8월 11일까지. 02-577-1987.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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