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스포츠 설립 앞두고, 독일서 넉달새 제2근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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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순실(60)씨가 30일 급거 귀국하면서 지난 15개월간 서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은밀하게 오가며 벌인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현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딸 정유라(20)씨와 한 살배기 아이를 위해 ‘제2의 근거지’를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현지 법인 2곳(비덱스포츠, 더블루K)은 한국에서 외화를 밀반출하기 위한 ‘자금 세탁 창구’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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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모녀는 지난해 7월 현지 법인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을 설립하며 독일 활동을 시작했다. 자본금은 2만5000유로(약 3200만원). 독일에서 유한회사를 세우는 데 필요한 최소 자금이다. 회사를 설립하면 투자이민으로 인정돼 ‘영주권’도 받을 수 있다. 딱 그만큼만 투자한 셈이다.

최씨 숨가빴던 15개월 행적
법인 2곳, 자금 세탁 창구 활용한 듯
11월 호텔 사 수행 10명 숙소로 써

최씨는 서둘렀다. 독일 현지 법원에서 뗀 코어스포츠의 등기부등본에는 그 전신이 ‘마인제959’로 나온다. 법인 설립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미 설립돼 있는 법인을 인수한 것으로 짐작된다. 최씨는 법인 대표이사에 재독 교포인 박승관 변호사를 올렸다.

최씨 모녀는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인근 예거호프 승마장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한 살배기 어린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와 함께였다. 계약기간은 1년이었다. 하지만 최씨 모녀는 지난해 11월까지 두 달만 살고 인근의 슈미텐 지역 단독주택으로 옮겼다.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구입한 직후였다. 이 호텔은 딸 정씨의 정착과 승마훈련을 도울 수행인력 10여 명의 숙소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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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최씨는 코어스포츠의 사명을 비덱스포츠로 바꿨다. 대표이사도 정씨의 현지 승마코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로 교체했다. 최씨 모녀가 이 법인의 실제 주주로 가는 절차에 착수한 것이었다. 최씨의 조카(언니 순득씨의 딸)인 장유진씨가 이 무렵 코어스포츠의 등기부등본에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불과 4개월 새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최씨는 올해 2월 추가로 현지 법인(더블루K)을 설립했다. 이후 주택 두 채를 더 매입했다.

최씨는 이 현지 법인 두 곳을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두 법인의 사업장 주소지는 비덱 타우누스 호텔로 동일하다. 하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법원에 등기돼 있다. ‘비덱스포츠’는 프랑크푸르트 법원에, ‘더블루K’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암츠게리히트 쾨니슈타인 법원에 올렸다. 현지 전문가들은 “독일에선 각 법원이 관리 감독 대상 법인의 자금 상태 등을 타 법원과 공유하지 않는다”며 “최씨의 분리 등기는 자금 흐름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은밀한 자금줄’은 정씨의 장기 체류와 재산 증식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법인의 주주로 등재된 정씨에게 고정 수입이 확보되면 향후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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