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입학·학점 특혜 의혹만 조사한다는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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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이화여대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다. 이번 감사는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의 입학·학사관리 특혜 의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학·학사관리 특혜 의혹이란 2015학년도 체육특기생 입학 전형을 말한다. 이대는 정씨가 고3이었을 때 체육특기생 지원 종목을 기존의 11개에서 승마를 포함해 23개로 확대했다. 이대는 당시 모집요강과 달리 정씨가 서류 마감일 이후 획득한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자격으로 인정해 승마 특기자 합격생으로 선발했다.

오늘부터 이화여대 특별감사
점수 혜택 준 교수에게 연구비 8억
학교도 국가사업 8개 따냈는데
학사 문제점 국한, 반쪽 감사 우려

또 정씨는 승마 훈련을 이유로 수업에 거의 불참했고 부실한 과제를 제출했지만 제적당하지 않았다. 올해 1학기에 수강한 ‘퍼스널트레이닝’과 ‘글로벌체육봉사’ 과목은 별도의 출석 인정 및 성적 부여 근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도 각각 C 학점과 C+ 학점을 인정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체적인 학사관리 부실과 비리가 드러날 경우 정씨의 입학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이대도 인원 감축 등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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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혹은 더 있다.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한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의 연구비 불공정 수주 의혹이 그중 하나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 기획위원을 맡아 연구과제를 제안하는 역할을 했다. 5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제안하면서 직접 연구책임자가 돼 8억2000만원의 연구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당시 연구과제의 기획·평가 등을 맡고 있는 김모 단장이 현재까지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수의 연구비 수주가 최씨 모녀와의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교육부가 이대에 재정지원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화여대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최다 선정 대학이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까지 포함하면 코어사업(인문 역량 강화 사업), 프라임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등 총 8개 사업을 따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입시·학사관리 실태만 감사한다면 결국 반쪽짜리 감사에 그친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특별감사를 벌여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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