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감시 공조, 한·일 군사정보협정 다시 테이블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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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 교환을 위한 협정(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맺기 위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건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일은 2012년 협정을 체결하려다 서명 직전 ‘밀실’ 추진 논란과 한·일 간 군사협력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일면서 중단했다. 중단됐던 체결 논의를 4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셈이다. “여론의 추이를 보아 가며 추진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협정 체결로 가닥을 잡은 건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라고 한다.

밀실 논란으로 중단 4년 만에 재개
9월 북 5차 핵실험 후 논의 급진전
일본 위성·레이더 등 수집 자료 공유
국내 반대 여론, 중국 반발 걸림돌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2014년 12월 미국을 경유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를 일본과 공유하는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다”며 “2년 가까이 운영해 본 결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과 관련된 정보 교류가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과 정보교류를 직접 하게 되면 이중 삼중으로 점검할 수 있어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받고 있는 일본과의 정보협력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경우 일본이 보유한 군사위성 등에서 수집한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 MD와는 별도의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한·일 간 협정이 체결될 경우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MD 체계에 더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미 일본은 미국의 MD 체계에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북한 미사일의 동향 탐지를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국은 구체적으로 일본이 보유한 위성과 고성능 지상레이더, 조기경보기, 해상초계기 등이 수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상당 부분 정보공유를 하고 있고, 2018년 고고도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고 2023년께부터 5기의 인공위성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게 되지만 정보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일본 역시 한국 정보 당국이 확보한 각종 감청 내용 등 생생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래서 일본은 최근 들어 한국과의 공식·비공식 접촉 때마다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만큼 일본 측에도 한국이 보유한 북한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정보제공의 범위와 내용은 강제적인 게 아니어서 한·일 모두 제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은 제외할 수도 있다.

GSOMIA의 군사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려도 나온다. 당장 국내에선 과거사와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의 군사적 정보 협력에 대한 거부감이 일 수 있다. 또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하는 문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중국 역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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