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중심 옛 소련식 제도 개편…에스토니아 고용률 64% → 72%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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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공항 탑승구에 설치된 외국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고용센터. ‘당신의 꿈을 빠르게 실현하는 길. 에스토니아에서 일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고용전망(OECD Employment Outlook 2016)에서 노동개혁의 효과를 분석했다. 2012년 이후 노동개혁을 단행한 스페인과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를 대상으로 했다.

OECD 노동개혁 초점은 고용 유연성
중앙 집중적 교섭 제도 개혁도 권고

OECD는 “분석 결과 경기가 저점에 허덕일 때 노동개혁을 하면 단기적으로 고용손실이 발생하지만 그 규모는 작다”고 지적했다. 대신 “장기적으로는 고용이 늘어나고 경기도 상승곡선을 그리는 효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기 상황에서 노동개혁을 단행하면 2~3년은 실업률 증가와 같은 고통을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을 견뎌내면 경기 상승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에스토니아 사회부의 에글 케이래츠 고용노동정책실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봤지만 조기에 노동개혁(2009년)을 단행한 덕분에 가장 빨리 회복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해고수당을 축소하고,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해 직업훈련을 강화했다. 구 소련식 정규직 중심 노동제도를 시장제도로 바꾼 셈이다. 에스토니아는 정보통신(IC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기업 유치제도도 병행 시행하고 있다. 노동개혁 이후 63.8%이던 고용률이 지난해 71.9%로 올랐다.

OECD는 노동개혁의 초점을 정규직의 고용경직성을 풀어 유연성을 높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를 완화하는데 둘 것을 권고했다. 무엇보다 해고규제를 완화하면 단기손실을 감소시키데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런 작업이 병행되면 기업 투자 증가와 이에 따른 일자리 증가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2009년 투자가 -17.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7%나 증가했다. 실업자는 노동개혁 단행 시점(2012년)보다 115만6300명이나 줄었다. 일하는 근로자의 수는 매년 3%씩 늘어나고 있다. 슬로베니아도 정규직이 10.8%포인트 늘었다.

OECD는 또 산업별 교섭과 같은 중앙 집중적인 교섭 제도를 개혁할 것을 권했다. 전국의 모든 기업에 똑같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면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곳은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사정에 맞춰 노사가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고용손실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진단이다.

파리·탈린=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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