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알수록 갈수록 일본] 시간을 달리는 기차 타고 야마구치 낭만 여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일본은 기차 왕국이다. 일본 전역을 2만5000㎞에 이르는 철도 노선이 촘촘하게 연결하고 있고, 1964년 세계 최초 고속 열차(200km 이상으로 운행되는 열차)인 신칸센을 개통했다. 철도를 취미로, 오락으로 즐기는 ‘철도광’이 넘치는 일본에서 기차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철도 사랑에 유별난 일본 사람들은 기차가 새로 개통하거나 폐선되는 기념식에 찾아와 기차의 흥망성쇠를 지켜본다.

 일본의 수많은 철도 마니아가 꿈꾸는 여행지가 야마구치(山口)현이다. 야마구치현은 일본을 구성하는 네 개의 큰 섬 중 가장 큰 섬인 혼슈 서쪽에 붙어있는 지방인데, 이곳에 일본인들도 한 번쯤 타보기를 갈망하는 열차 ‘SL야마구치’호가 운행되고 있다.

SL야마구치호.

기사 이미지

SL야마구치호는 세계 2차 대전 발발 직전인 1937년 제조된 증기기관차로, 당시 약 200대가 생산됐다. 검은색의 외관, 늠름한 기적 소리를 자랑하는 열차는 개통되자마자 인기를 모았다. SL야마구치호 중 C571형 기차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겨 ‘귀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일본의 기차 현대화 정책에 따라 운행이 중단됐지만 SL야마구치호를 잊지 못하는 팬들의 성원 덕분에 1979년 8월 운행을 재개했다.

기사 이미지

SL야마구치호.

부활한 SL야마구치호는 기차 객실을 전면 리모델링하면서 더욱 화려해졌다. 5칸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객차마다 인테리어 콘셉트를 달리했다. 2호차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단 유럽풍으로 꾸몄고 3호차는 나무 바닥을 깔고 예스러운 전구를 달아 일본 쇼와(1926~89) 시대를 표현했다. 4호차는 일본이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던 메이지(1868~1912) 시대 풍으로 조성했으며 5호차 다이쇼(1912~26) 시대 스타일 객차는 자연 채광을 위해 천장에 창문을 달았다. 탑승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객차는 전망대가 달린 1호차. 열차 후미에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완행열차가 만들어내는 바람을 맞으며 객차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다이쇼 스타일의 여객열차 내부 .

신야마구치역 1번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석탄을 수급하기 위해 멈췄다 달렸다 반복하며 약 2시간 동안 62.9㎞를 이동해 쓰와노역에 정차한다. 차장 밖의 한적한 마을 풍경을 보면서 기차 도시락 에키벤을 맛봐도 좋고, 열차 안 DJ 박스에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해도 좋을 시간이다. 쓰와노역 도착 후 열차는 3시간 후에 신야마구치역으로 회귀한다.

SL야마구치호가 연결하는 두 도시, 야마구치와 쓰와노는 천천히 산책하면서 둘러보기에 좋은 여행지다. 야마구치현 중심도시 야마구치시는 14세기 중반 일본 수도였던 교토를 흉내 내서 만들어진 도시다. ‘서쪽의 교토’라는 별명답게 도심 이곳저곳에 국보급 문화재와 건물을 품고 있다. 그중 놓치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는 고잔공원에 자리한 ‘루리코지 오층탑’이다. 노송나무로 만들어진 목조탑으로, 15~16세기 일본 건축물 중에 가장 유려한 곡선을 가진 탑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사람들에게 유명한 국보이기 때문에 탑 주면에 일본 현지 관광객으로 북적거린다.

타이코다니 이나리 신사.

기사 이미지

쓰와노에도 일본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일본 5대 이나리(농경신을 모신 신사)의 하나로 꼽히는 신사 ‘다이코다니 이나리’다. 1000여 개의 도리이기 촘촘히 늘어서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도리이는 취직이나 승진,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신자들이 봉납한 헌금으로 세운 것이다. 붉은색 도리이와 녹음이 우거진 숲 의 색감 대비가 강렬하다. 400년 전 무사가 생활했던 저택이 남아있는 전통 거리 도노마치도 볼 만하다. 마을 골목길에 수로가 연결됐는데 약 2만 마리의 잉어가 물속에 서식하고 있다.

도노마치 거리.

기사 이미지

여행박사가 SL야먀구치호를 타고 야마구치와 쓰와노를 여행하는 3박 4일 여행상품(www.tourbaksa.com/pr/view_v2.asp?idx=4863)을 판매한다. 11월 22, 23일 두 차례 출발한다. 1인 27만9000원부터. 하늘길이 아니라 바닷길로 한일을 오가는 여정이다. 69년 국내 최초 한일 페리 항로를 개설한 석박회사 부관훼리 카페리를 이용해 부산항~시모노세키항을 왕복한다. 페리 내부에 목욕탕·면세점·노래방·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다.

양보라 기자

기사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